날 일(日)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한자다. 갑골문을 보면 사각형 안에 점 하나가 찍힌 형태인데, 그 점이 늘어나 지금의 모양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글자는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라고 한다. 태양을 표현할 때는 대체로 원 모양 주위로 햇빛이 빛나는 모양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치원생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그런데 갑골문에서는 햇빛이 사라지고 가운데에 점 하나를 찍은 모양이다. 태양을 보고 그렸다고 하기엔 조금 이상한 면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달 월(月)에서도 나타난다. 달 월의 갑골문 형태를 살펴보면 초승달 모양을 그리고 가운데에 점 하나를 찍은 모양이다. 여기에도 점이 등장한다. 그냥 초승달 모양만 그려도 되는데 많은 기록에서 굳이 점을 찍고 있으니 의아하다.
태양 안의 점과 달 안의 점이 하나의 상징이란 해석이 있다. 태양 안의 점은 삼족오를 나타내며, 달 안의 점은 두꺼비를 나타낸다고 한다. 삼족오는 다리가 세 개 있는 까마귀로 태양에 산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과거 신화를 나타내는 벽화에 자주 등장한다. 삼족오는 태양신을 모시는 토템을 나타내는데, 사람이 죽으면 영혼을 태양까지 실어다 주는 존재다. 다시 말하면 태양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신성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삼족오는 새가 시신을 파먹게 해 장례를 치르는 조장(鳥葬)의 풍습과 연결된다. 지금도 티베트 일부 지방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늘에 보이는 수많은 둥근 것 중에 삼족오가 살아야 태양인 것이다. 그래서 점을 찍었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달에는 옥토끼가 살지만, 중국 신화 속의 달에는 두꺼비가 산다. 물론 중국에서도 토끼 전설이 있지만 두꺼비가 좀 더 일반적이라 하겠다. 중국의 고전 ‘회남자’를 살펴보면 ‘항아’라는 여신이 남편을 배신한 벌로 두꺼비가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달에는 두꺼비가 사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 벽화를 보아도 붉은 태양에는 삼족오가 그려져 있고, 하얀 초승달에는 두꺼비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반면 어미 모(母)의 점은 상대적으로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 여(女)자에 점 두 개를 찍은 것이 모(母)자인데, 지금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형태가 많이 변형돼 女자와 母자는 서로 많이 달라 보인다. 그러나 갑골문에는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로써 女자와 母자가 같은 형태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기혼 여성의 가슴을 점으로 표현하여 아이에게 젖을 줄 수 있는 여자가 바로 어미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한자는 몇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문자다. 이 때문에 골동품처럼 고루한 문자로 인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획수와 자수도 많아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보면 무척 흥미로운 문자이기도 하다. 학계야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상상에는 한계가 없다. 당신의 상상력으로 한자를 풀이해 보시라. 한자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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