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는 물론 제빵사도 등 돌린
‘직고용’ 지시는 선물 아닌 폭탄
프랜차이즈 고용창출도 제동
인천공항 정규직화 반목 불러
노동이 경제 발목 잡는 정책은
혁신성장 길목에 장벽 세우기
파리바게뜨 사태는 5일이 분수령이다. 고용노동부가 9월 21일 가맹점에 근무하는 제빵사 5378명(현재는 5309명)을 불법파견으로 결론 낸 후 시정지시-파리바게뜨 행정소송-법원의 잠정 집행정지와 각하 결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발효 시한이 닥쳤다. 파리바게뜨가 내일까지 직고용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고용부 예고대로 1인당 1000만 원 과태료 부과와 형사 고발을 당할 처지다.
직고용 시비에는 제빵사 외 가맹본부·점주·인력공급 협력사 등 4자의 이해가 얽혀 있다. 가맹본부는 현 직원보다도 많은 수를 일거에 채용하면 견딜 수 없다고 본다. 본사 소속 제빵사 눈치를 봐야 할 매장 점주들은 ‘을 중의 을’ 처지가 될 거라며 불만이다. 11개 협력사 대부분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이들 3자에게 직고용은 재앙에 가깝다.
제빵사는 처음엔 반색했다. 본사 정직원은 나은 대우, 안정적 지위를 의미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반전의 기류가 흘렀다. 직고용=정규직은 아니다. 경력 인정은 불투명하다. 제빵 외 업무도 떠안을 수 있다. 3300개 가맹점 중 1000여 곳의 점주가 차라리 직접 빵을 굽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결정타였다. 지금 확보한 일자리 5분의 1 이상이 증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가맹본부·매장점주협의회·협력사 3자가 합자해 1일 출범한 ‘해피파트너스’에 제빵사 70%가 합류할 참이다. 본사 직고용은 아니되 임금 인상, 경력 인정, 휴무 확대 등이 보장된다. 나머지 30% 중 10%가량은 지난 8월 설립된 민노총 소속 노조 조합원으로 직고용만을 주장하고, 20%는 유동층이다. 3자+70% 제빵사와 정부+10% 민노총 노조원이 대치한 형국이다. 5일 이후엔 정부의 제재에 파리바게뜨가 취소 소송을 낼 것이 유력하고, 이럴 경우 장기간의 법정 공방으로 고용 일선은 갈등이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직고용 지시는 선물이 아니라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폭탄임이 확실해졌다.
파리바게뜨에서 그칠 것 같지 않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이 사안은 노동을 다루는 파견법과 산업 영역의 가맹사업법이 충돌한다. 고용부가 문제 삼은 본사의 품질과정 개입은 가맹사업법이 인정하는 권한이다.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의 생명은 ‘표준화된 서비스’다. 가맹점 확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4268개, 가맹점은 21만9000개다. 92만 개 일자리를 만든 산업이다.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 파리바게뜨를 거느린 SPC그룹이다. 파리바게뜨를 통해 고용한 3만여 명은 비슷한 매출 규모 제조업의 5∼6배에 이른다. 정부의 거친 공격을 보면서 유사한 구조의 한식·일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인천공항공사도 노·노(勞勞)가 한 치 양보 없이 반목하는 전쟁터가 됐다. 양상은 파리바게뜨와 다른 듯 닮았다. 문 대통령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비정규직들은 정규직화=직고용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직접 고용한 직원이 51명, 용역업체에서 받는 비정규직이 9941명에 달했다. 연내 전원 정규직을 장담했던 공사도 현실적인 난관에 부닥치자 다수를 신설 자회사로 보내 정규직 명함을 주는 쪽으로 물러섰다. 직고용 규모를 둘러싸고 정규직은 “공개경쟁을 거치지 않는 직고용은 무임승차”라며 반발하고, 비정규직은 “우리 가슴에 대못을 박지 말라”며 맞서는 중이다. 여기서도 정부의 선심은 축복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과거 1000개 점포를 둔 가맹본부 100개를 키우겠다고 호언했다. 고용부는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를 위해 파견법 개정 등 노동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모두 일자리 창출을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역시 ‘일자리’가 최우선 국정과제라는 문 정부 들어 역주행하는 기류다. 보험설계사·택배기사·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정책도 고용경직성과 분란을 키울 것이다. 산업 각 분야의 고용 형태는 시장이 주어진 여건에서 만들어온 최적의 선택이다. 역동성이 생명인 경제 사안을 산업화 시대 유산인 노동의 척도로만 재단하면 성장이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며칠 전 “대한민국 경제가 몇 개의 장벽에 갇혀버린 형국”이라고 했는데, 정작 문 정부는 혁신성장으로 가려는 길목에 외려 새로운 장벽들을 더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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