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대담 <시리즈 끝>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진행 = 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문재인 정부가 한국 경제의 회생 전략으로서 꺼내 든 ‘소득주도 성장’ 카드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채용 확대 등을 통해 근로자의 소득을 늘리고 젊은 층의 고용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오히려 고용 절벽을 강화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의 일자리 해법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분출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5회에 걸친 ‘일자리가 애국이다’ 시리즈 연재를 마치며 이론과 실무능력을 고루 갖춘 국내 대표적 경제 전문가 2인을 초청해 ‘문재인 정부의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 전략’을 주제로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지금 우리가 전 세계 경기 호조의 효과를 제대로 흡수하고 있나.
△성태윤 연세대 교수 = 미국은 과열 얘기가 나오고 일본 노동시장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전 세계적인 호조에 비해서는 조금 약하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 한국은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매우 안 좋다. 특히 고용 수치가 안 좋아서 국민은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현 경기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성 교수 = 한국의 실업률 지표는 3~4%라고 하지만 최근 장기 구직자의 숫자가 꽤 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다. 구직자를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20%대다. 청년실업률이 이 정도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 원장 = 일본은 산업구조개혁에 성공하면서 제조업 쪽에서 일자리가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노동인구는 줄어들었다.
△성 교수 = 일본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시작한 게 큰 이유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자국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가.
△이 원장 = 그렇다. 국내 투자 환경이 투자할 만해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이 현금 자산이 많다고 하지만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사업하기 어렵다.
△성 교수 =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던 기업들이 오히려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생산성과 임금을 고려할 때 해외로 이전할 요인밖엔 안 보인다. 앞으로 ‘임금 조정’이 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됐다. 6개월의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평가해달라.
△이 원장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분배에 가까운 정책이다 보니 정부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공급 측면에서의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분배와 성장을 병행하는 것은 비교적 괜찮다고 평가된다. 물론 노동개혁이 부진하고, 기업 경쟁력이나 국가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것들만 보완된다면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성 교수 = 소득주도 성장은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으로 보면 실제로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혁신성장을 통한 생산성을 높이는 부분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업들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들 기업을 위한 정책들과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여건 조성 등이 중요하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린다고 한다. 우리 경제와 기업들, 그리고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원장 = 근로자들의 소득을 올리고 소비를 활성화해서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은 좋은 뜻이다. 문제는 너무 급격하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넘겼기 때문에 별 걱정 안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은 크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잘살고, 근로자들은 못 산다고 보는데 사실 이들 모두 사회적 약자다. 단계적으로 올리는 게 맞다.
△성 교수 = 동감한다. 최저임금도 업종과 지역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시는 분과 광주에서 운영하시는 분의 경제적 여건이 상당히 다르다.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며 최저임금을 올려놓았는데 이런 식이면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다. 정부는 1년간 한 번 해보고 조정해 보겠다는 식이다. 그러면 기업 입장에선 고용 판단을 하기 어렵고, 투자 결정을 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이 원장 = 사실 중소기업에는 근로시간 단축이 훨씬 더 아프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단축되는 정도의 월급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선 무조건 지금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많은 월급을 가져가길 원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근로자들이 너무 정치화돼서 도저히 사업을 못하겠다’고 사업을 접는 사람도 많고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는 사람도, 특히 제조업 쪽에서 많다.
△성 교수 = 지금처럼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태에선 외국 기업조차 국내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혜택을 줘서 외국 자본을 유치하던 시기엔 노동시장 경직성을 상쇄할 만큼의 혜택을 줬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지원책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고용 문제도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풀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성 교수 = 나는 해고 형태의 유연성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임금 조정 형태의 유연성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과가 안 좋은 사람과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 같은 수준의 임금을 계속 지급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성에 걸맞은 임금 지급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원장 = 우리나라는 유연성이라고 하면 해고를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양대지침’이라고 해서 해고를 약간 자유롭게 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것도 폐기했다. 우리나라는 고용의 안정성이 잘 보장된 나라다.
―기업과 경제의 생산성이 향상돼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도 혁신성장과 구조조정, 규제 완화 등을 얘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맞나.
△이 원장 = 무엇보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사업의 진입 규제를 막아 놓은 게 너무 많다. 사실 규제 완화는 오랫동안 해온 얘기다. 그런데 규제 프리존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규제 완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데 기업이 뭘 할 수가 없다. 벤처기업이 일하려면 대기업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고 해서 모든 것을 못하게 한다. 그러니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정부가 말로만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얘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인프라나 생태계 조성만 하고 나머지는 기업에 맡겨야 한다. 사후처벌을 강화하면 되는데도 우리나라는 사전규제를 한다.
△성 교수 = 개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규제는 사전규제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업행위와 관련된 규제는 가능하다면 다 풀어줘야 한다. 또 기업이 글로벌 경쟁을 위해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의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
△이 원장 = 산업구조조정도 조언하고 싶다. 지금 그나마 경기가 좋다. 이럴 때 산업구조조정을 해야 우리나라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취업준비생 중 4분의 1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무엇이 젊은이의 도전정신을 빼앗아갔나.
△이 원장 = 미국과 중국은 대학졸업자의 과반수가 창업을 한다. 반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 계층 간 이동이 안 되는 사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창업은 돈을 벌 가능성도 없다고 느끼는 데다, 창업할 생태계도 아닌 것 같으니 도전하지 못한다. 한 번 실패하면 완전히 신용불량자로 가버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공공부문 고용까지 늘린다고 하니까 공무원 시험을 안 봐도 될 젊은이들이 다 몰려 들어간다. 공공부문 확대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꼬여버린 것이다.
△성 교수 = 중소기업이 힘들다고 하는 사회에서 젊은이에게 창업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이야기하려면 기업 하는 사람들이 기업 할 만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역동성 기저에는 미국인들의 기업 도전정신이 있다. 미국인들은 변호사나 의사가 되는 것만큼 창업을 도전해 볼 만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인이 사업해볼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최고의 일자리 창출 전략이다. mykim@
정리 =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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