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행’은 관객에게 결혼의 의미와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디플러그 제공
영화 ‘초행’은 관객에게 결혼의 의미와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디플러그 제공

영화 ‘초행’ 김대환 감독

“단편 때부터 가족에 관심많아
공감할 수 있는 영화 만들 것”


“제가 확신을 갖고 뭔가를 규정지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영화를 통해 관객과 함께 삶을 탐구하며 성장하고 싶어요.”

‘철원기행’(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 ‘초행’을 내놓은 김대환(사진) 감독은 30대 초반의 나이답지 않게 담담한 톤으로 삶을 관조하는 작품을 만든 것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7일 개봉하는 영화 ‘초행’은 7년째 동거하고 있는 남녀가 결혼을 생각하며 여자의 집인 인천과 남자의 집인 강원 삼척을 방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는 수현(조현철)과 방송국 계약직인 지영(김새벽)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결혼을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지영의 부모는 그런 딸이 걱정스럽고, 수현의 집은 복잡하게 꼬여 있다.

김 감독의 전작인 ‘철원기행’은 교사직을 정년 퇴임한 아버지가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아내와 큰아들 내외, 막내아들 앞에서 갑작스럽게 이혼 선언을 한 후 폭설에 발이 묶인 이들 다섯 명이 2박 3일간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감독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영화를 통해 관객의 질문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철원기행’은 각자 자신들의 가족관계를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길 바랐어요. 이 영화를 보고 자신에게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 형, 동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초행’도 ‘결혼이 뭘까’ ‘꼭 해야 하나’ ‘결혼식을 해야만 결혼인가’ 등의 질문을 떠올리며 만들었고요.”

두 영화 모두 김 감독의 삶이 투영돼 있다. ‘철원기행’을 찍을 때는 그의 아버지가 철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었고, 미대 조형학부를 나온 그는 ‘초행’ 촬영 후 결혼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저를 지배하고 있어요. 뭔가 불편했거든요. 영화 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을 작품에 녹여 넣지만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그래서 단편 작업을 할 때부터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았죠. 수현 캐릭터도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만들어 냈어요. 당위성과 진정성 없이 영화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다음 작품은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어머니 중심의 재혼 이야기예요. 첫 도전이죠.”

‘철원기행’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초행’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에게 “큰 규모의 상업영화에는 관심이 없냐”고 묻자 “거창하게 거대해지는 걸 못 참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철원기행’은 3800명의 관객을 모았어요. 그건 흥행이 아니라 그저 기쁜 일이죠. 흥행되는 영화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싶진 않아요.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꾸준하게 만들고 싶어요. 1억 원 미만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어온 제가 10억 원이 넘는 기획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거창함과 거대함도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할 수 있겠죠.”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