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 3당 원내대표들의 2018년도 예산안 합의는 협상에 의한 단일안 도출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만으로 5일 중에도 의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질을 들여다보면, 합의라는 외형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문제투성이다. 법정처리 시한(2일)을 넘겼다는 절차적 문제는 물론 기본 방향부터 심각하게 잘못됐다. 경제 활성화는 고사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과도한 지출을 수반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많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반발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합의는 전체적으로 정부·여당안(案)의 관철로 볼 수 있다. 문재인식(式) 큰 정부 구상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은 민주당과 한국당·국민의당이 제시한 숫자를 산술 평균한 9475명으로 타협했다. 일자리 대책 차원의 공무원 증원은 야당이 반드시 막아냈어야 했다. 최저임금 과다 인상을 보전하기 위한 국고 2조9707억 원 투입은 시장경제 원리를 거스를 정도고,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은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인상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투자와 고용,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위한 예산 부수 법안에는 합의했지만, 규제프리존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성장을 위한 노력은 흔적도 찾기 어렵다.

내년 예산안이 정부·여당의 뜻대로 편성된 데는 국민의당의 협조가 크게 작용했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KTX 무안공항 경유, 새만금개발공사특별법 등도 얻었지만, 예산과 직접 관계가 없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도 민주당과 합의했다고 한다. 정치는 주고받기라지만 예산안을 정략(政略)에 이용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116명이나 되는 한국당은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했다. 그런데도 집안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보수정당으로서 당의 정체성도 지켜내지 못했다. 야당의 견제가 사라지면 국가 경제도 산으로 가게 된다. 우선,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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