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대전 중구 대종로 대전보건대학 이안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의 보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윤미(왼쪽)·백관현(가운데) 부부가 노인환자의 말벗 역할을 하고 있다.
11월 29일 대전 중구 대종로 대전보건대학 이안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의 보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윤미(왼쪽)·백관현(가운데) 부부가 노인환자의 말벗 역할을 하고 있다.
② 장애인 특화형 일자리사업 참여 ‘이안요양원’

지적장애인 부부 함께 고용
요양보호사 보조·배식 맡겨

폐쇄적·소극적으로 살다가
자신감 찾고 정식자격증 공부
“일한 대가로 돈 벌게 돼 행복”

원장 “너무 성실해 계약 연장
어르신환자 말벗까지 돼드려”


장애인은 일자리 경쟁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경쟁에서 밀려난 장애인은 더 소극적으로 바뀌고 사회활동에 주저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만 사회적 약자인 그들에게 공공영역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게 되면 움츠러들었던 그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우리 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자립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개발해 소득보장을 지원하는 장애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이러한 성과를 얻고 있다.

“일을 하게 되면서 우리가 일해서 번 돈으로 쓸 수 있어 행복해요. 지금 일자리가 끝나도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11월 29일 대전 중구 대종로 대전보건대학 이안요양원에서 만난 이윤미(여·47) 씨는 남편 백관현(52) 씨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며 미소를 짓던 이들 부부는 요양원에서 ‘스마일 부부’로 통할 만큼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들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일자리가 없었던 지적장애인 부부였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2004년 결혼한 이들 부부는 요양원에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살았다고 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주로 집에서만 지냈다.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정부 보조금만으로 근근이 생활하다 보니 생활도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집에만 있으면서 잠만 잤고, 옷도 살 수 없어서 교회에서 주는 헌 옷만 입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던 중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사업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를 통해 2016년 1월 이안요양원에서 생애 첫 직장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인생이 달라졌다. 처음 일을 하기로 확정됐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집에서만 지내던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낯선 요양원에 가야 하고, 잘 모르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일자리는 그들의 이러한 우려를 희망으로 바꿔놨다. 초반에는 일이 서툴기도 했지만 성실한 이들 부부는 금세 일터에 녹아들었다. 부부 역시 일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복지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일터에서도 잔소리보다 격려로 도와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들은 요양원에서 노인환자의 식사와 배식을 돕고, 바닥을 청소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백 씨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업무는 형광등 교체작업이라고 했다. 때로는 외로운 노인 환자의 말벗이 돼주는 것도 이들 부부의 역할이다. 최병호 이안요양원 시설장은 “처음에는 기대치만큼 할 수 있을지 걱정도 했지만, 같이 일해보니 아주 성실하고, 우직하게 자기 일을 수행하고 있어 만족스럽다”며 “특히 두 분이 같이 일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주변에 모범이 된다”고 평가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계약 기간 1년을 넘어 2년째 근무 중이다. 이들 부부가 원한다면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 요양원 측 입장이다.

일하면서 가장 좋아진 점은 경제적 측면이다. 이들은 지금도 첫 월급을 받던 때가 생생하다. 다른 사람이 입던 옷만 입어야 했다가, 첫 월급을 받고 처음으로 옷을 사면서 둘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백 씨는 “우리가 일해서 생긴 수입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대로 용돈을 주지 못했던 아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모로서 느끼는 행복이다.

미래에 대한 목표도 생겼다. 이 씨는 현재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응시한 첫 시험에서는 떨어졌지만, 낙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씨는 “시험에 합격해서 당당하게 요양보호사로 취직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안요양원 측도 이 씨가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할 의사가 있다며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 백 씨는 “돈을 더 많이 벌어 지금 사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은 계획도 있다”며 “일을 통해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수 있고, 특히 우리 부부와 아들이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받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조금씩 나누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일자리사업 참여 경험을 체험수기로 작성해 사회활동에 망설이는 장애인에게 용기를 북돋는 일도 하고 있다. 이 씨는 “학교를 졸업한 장애인 친구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 씨도 “가끔은 외롭고, 힘들고, 밖으로 나가기 싫을 때가 있지만, 우리 부부는 당당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며 “존경받는 아버지와 어머니, 부부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 =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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