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댓골상인회’ 주축돼
건물 벽면 도색· 조명등 설치
각 점포 간판에 QR코드 적용
양산시, 통도아트센터 만들어
주민추진委 중심 자발적 참여
전국서 벤치마킹 발걸음 쇄도
지방자치제도의 기본 취지는 주민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민 주도형 자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주민 주도형 자치가 이뤄지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 들어 지방자치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 시흥시(시장 김윤식)와 경남 양산시(시장 나동연)에서 추진된 ‘간판 개선을 통한 거리 살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6일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한국옥외광고센터에 따르면 경기 시흥시 대야동 댓골안길 일대는 한때 번화가였지만 시 청사가 이전한 후 상권 쇠퇴와 함께 슬럼화의 길을 걸었다. 이에 거리의 상인들이 슬럼화돼가는 동네를 살리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한다. 대야신천행정센터의 지원으로 2015년에 설립된 ‘댓골상인회’가 주축이 돼서 지역 문제를 시흥시에 적극 알렸고, 그 결과 올해 댓골상가 거리를 살리기 위한 간판개선사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간판 개선사업 과정을 보면 지자체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간판을 제시하는 반면 주민들은 원색과 큰 글자를 사용해 눈에 잘 띄는 간판을 요구해 대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댓골상인회는 간판디자인 전문가 교육 등을 개최하고, 상가 주민을 설득해 주변과 조화로운 간판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의 열의가 넘치다 보니 간판 디자인 콘셉트를 잡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활기 넘치는 거리를 만들 수 있게 본인 점포의 간판뿐만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간판을 예쁘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시와 주민, 옥외광고센터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간판만으론 동네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시흥시가 예산을 추가 편성해 간판 개선작업과 병행해 벽면 도색, 조명 설치 등 주변 경관개선도 함께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조명을 설치했고, 밝은색 계열로 건물 벽면을 도색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각 점포 간판에는 QR코드를 적용했다. 행인이 스마트폰으로 간판의 QR코드를 찍으면 점포의 홈페이지에 연결돼 제품과 서비스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주민 의견이 반영된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사업 완료 후 시흥시 주민들은 “간판이 예전에는 밋밋했는데, 지금은 새롭고 다양해져서 보기 좋다” “저녁에 간판과 조명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저녁 시간에도 거리가 밝아져 유동인구가 많아졌다” “왜 진작 못 했나 싶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간판 개선사업을 위해 주민 모임을 자주 하다 보니 주민 간에 사이가 좋아지고 서로를 배려하는 의식과 더불어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더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회에선 간판 개선사업을 통해 댓골안길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SNS를 활용한 소통과 매주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가로 가꾸기 청소행사와 상권을 살리기 위한 전문가 초빙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도 주민참여를 통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사업들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양산시에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가 있다. 양산시의 얼굴인 통도사로 통하는 신평중앙길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중요한 장소인데도 상권이 쇠퇴한 상황이었다. 이에 시에선 지역공동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키워드로 2012년부터 통도아트센터 설립, 간판 개선사업 등이 포함된 ‘통도문화예술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초기에는 주민 호응이 없었지만, 주민들로 이뤄진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사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설득하자 점차 자발적인 주민참여로 이어졌다. 주민이 중심이 돼 사업을 추진한 결과, 통도사 주변은 지역의 역사문화가 담긴 디자인이 입혀져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해 경남에선 경관개선분야 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전국에서도 간판개선사업과 종합정비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흥시와 양산시는 적극적인 주민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을 인정받아 내년에 행정안전부에서 지원하는 간판개선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윤종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시흥시와 양산시처럼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추진한 사업들이 좋은 결과를 내는 사례들이 전국으로 확산돼 각 지역에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제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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