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연예계 달구는 ‘아이콘’
예능·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
이지숙, 평양무용단 리얼 연기
진선규, 옌볜 사투리 능수능란
박해수, 실력으로 존재감 부각


“무명배우에서 ‘무명’만 빼면 배우가 됩니다.”

케이블채널 tvN 예능 ‘김무명을 찾아라’에 출연한 무명(無名) 배우 이지숙(왼쪽 사진)의 말이다. 그는 특정 직업군의 일원으로 연기하는 무명 배우들을 찾아내는 콘셉트를 가진 이 프로그램에서 실제 평양무용예술단원인양 연기해 패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탈북 사연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던 이지숙을 보며 처음부터 “이지숙은 예술단원이 맞다”고 확신했던 패널들은 혀를 내둘렀다. 탄탄한 연기력의 힘이다.

이처럼 무명 배우들이 세밑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화제를 모은 영화, 드라마, 예능 속에서 두루 활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는 연기로 평가받는 것이 마땅한데, 외모나 인지도 순으로 배우의 가치를 매기는 풍토 속에 비친 한줄기 빛이라 할 만하다.

‘19금 영화’ 임에도 687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극장가의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범죄도시’. 이 영화는 마동석, 윤계상이라는 두 주연배우 못지않게 견고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무명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와 함께 실감나는 형사 연기를 펼친 홍기준, 허동원을 비롯해 하얼빈 출신 조폭 장첸(윤계상)의 수하로 등장한 진선규(가운데), 김성규의 열연이 돋보였다.

특히 진선규, 김성규가 각각 연기한 위성락, 양태의 능수능란한 옌볜 사투리와 중국어 구사 능력, 그리고 섬뜩한 조폭 연기를 본 관객들은 “실제 조선족 배우를 쓴 것 아니냐”는 소감을 내놓기도 했다. 그 결과 진선규는 지난달 말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진선규는 수상 직후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름이 알려진 것도, 영화상 후보로 오른 것도 처음인데 큰 상을 받았다”며 “21년간 연기를 했는데 너무 큰 보상과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이것을 빨리 나눠드리고 저는 원래 제 자리를 찾아가겠다”는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TV로 눈을 돌리면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이끌고 있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온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제혁 역을 맡은 박해수(오른쪽)는 연극계에서는 유명하지만 아직 대중에겐 낯선 배우다. 처음에 그가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신원호 PD 차기작의 주인공으로 발탁됐을 때 의아해하던 이들도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그의 빈틈없는 연기력에 갸웃하던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같은 감방에 수감된 재소자 역을 맡은 김성철, 정재성, 이호철, 안창환 역시 여러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은 비쳤으나 이름은 생소한 무명 배우들이다.

tvN 관계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김무명을 찾아라’ 모두 그동안 대중의 관심사에서 비껴있던 실력파 배우들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름값 높은 스타의 몸값이 제작비를 끝없이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새 얼굴이 등장하고 대중의 주목받는 것은 업계 선순환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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