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일(53) 작가는 장편소설 ‘반야’(문이당)를 펴냈다. ‘반야’는 근래 보기 드물게 총 10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이다. 2007년 처음 2권으로 나왔던 것을 10년 만에 원고지 1만5000여 장의 장편으로 완성한 것이다. 한국 문단에서 이처럼 호흡이 긴 여성작가의 대하소설은 ‘토지’의 박경리(1926∼2008)와 ‘혼불’의 최명희(1947∼1998)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반야’는 조선 중기 영·정조 시대가 배경이다. 가장 천한 계층이었던 무녀 반야가 멸시와 천대 속에서도 타고난 재주로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박경리를 떠올리게 한다. 박경리는 26년간 집필한 ‘토지’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 처한 인간의 운명과 역사의 진보를 유장하게 담아냈다.
송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조선 왕조를 배경으로 삼고 실재했다는 일화와 인물이 다수 포함돼 있기는 해도 ‘반야’는 역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사는, 그래서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조선통신사’(1∼2권·다산책방)를 쓴 김종광(46) 작가는 특유의 입담과 해학에서 우리말의 가락을 살린 이문구(1941∼2003)를 잇는 소설가로 불린다. 이번에도 “왕후장상과 영웅호걸이 나오지 않는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다”며 500명의 무명의 사내가 300일 동안 왕복 1만 리(약 4000㎞)를 동고동락하며 겪은 것을 충분한 자료와 상상력으로 버무렸다. 꼬박 4년이 걸렸다. 김 작가는 “글을 마무리하는 중에 ‘조선통신사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여러분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며 “영웅도, 사랑 타령도, 당파싸움도, 전쟁도 없음에 매료돼 조선통신사를 쓴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앙기아리 전투’(예옥)를 출간한 심상대(57) 작가는 예술주의·유미주의 소설 장르에서 두드러지는 존재다. 최근의 소설 경향이 개인화하고 일상에 더 근접하는 데 비해 심 작가는 예술적 상상력의 한계를 실험해왔다.
‘앙기아리 전투’는 15세기 피렌체 공화국 당시 이탈리아 동맹군과 밀라노 공국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를 말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동명으로 그림을 남겼으나 소실됐고, 지금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복제품만 남아 있다. 말을 탄 병사들의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인 그림이다.
이 소설은 현실과 이상, 실제 세계와 꿈의 영원한 괴리를 다룬다. “과연 상상은 완성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초인으로서 작가의 한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광화사’ ‘광염 소나타’의 탐미주의 작가 김동인(1900∼1951)을 연상시킨다. 김동인은 자연주의부터 유미주의까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설을 순수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도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도 예술적 지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동인의 작품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의 해설을 쓴 방민호(서울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예술로서의 문학에 순사하고자 하되 인생 본연의 질문에 연결되는 현실을 새롭게 창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예술주의 작가들이며 옛날에 ‘동인미(美)’라는 것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상대美’라는 것도 규정해야 할 차례가 왔다”고 평가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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