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의 이름을 딴 세 번째 문학관이 지난달 30일 전남 고흥에 문을 열었습니다. 공식 명칭은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 조 작가의 부친인 조종현 시조시인과 부인인 김초혜 시인 등 문인가족 3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기 위한 공간입니다.

고흥은 조종현 시조시인의 고향으로, 박병동 고흥군수가 조 작가에 ‘백고초려(百顧草廬)’한 끝에 어렵사리 개관하게 되었다네요.

이날 문학관 개관식은 제법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조 작가와 인연이 있는 분이 많이 참석했는데요. 고흥군 관계자와 지역 경제인들, 조종현 시조시인의 지인과 법제자 스님들이 자리했습니다. 송영석 해냄 출판사 대표와 기자 등 서울에서만 약 50명이 동행했죠.

그런데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입니다. 김 작가는 평소처럼 아주 편안한 차림으로 조 작가의 옆을 지켰습니다. 김초혜 시인을 제쳐 두고 서울과 고흥을 오가는 KTX와 고속버스 안에서 조 작가와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문단의 대표작가이자 선후배인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게 뭐 특별한 일은 아닐 겁니다. 문학과 관련한 행사가 있으면 종종 마주치게 되니까요.

그러나 조 작가의 가족문학관 행사에, 그것도 서울에서 차량으로 4시간 이상 걸려야 닿는 거리의 고흥까지 동행한 것은 의외였습니다.

김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닥에 철퍼덕 앉거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문학관 개관을 마음으로 응원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글 쓰는 스타일도, 성격도 전혀 딴판인 조정래-김훈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 작가가 “1983년부터”라고 기억하더군요.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황석영 작가의 연재소설 ‘장길산’을 뒷바라지하고, 문학계 인사를 취재할 때일 겁니다. 그리고 1994년 조 작가의 ‘태백산맥’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사회부 기자로서 끝까지 동행 취재를 했다는군요. 조 작가와의 각별한 인연은 아마 거기에서 비롯한 것 같습니다. 의리의 동지였던 셈이죠.

조정래-김훈을 보면서 문득 요즘 소설 독자가 줄어든다는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빠르고 즉흥적인 문화가 만연하다 보니 사람들이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책의 속도엔 별 관심이 없어서일 겁니다. 하지만 문단의 거목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것은 저만의 욕심일까요. 조정래-김훈 같은 ‘브로맨스’가 더 많이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clark@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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