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남겨둔 채 죽을 수 있습니까?”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전체의 약 27%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노인들에게는 최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상의 개인 정보·자료 등 ‘디지털 유품’ 정리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미 ‘슈카쓰(終活·종활)’란 신조어가 나왔을 만큼 일본에서는 서서히 삶의 종점에 다가가고 있는 노인들의 자발적 신변 정리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이 같은 슈카쓰가 디지털 영역으로까지 확대돼 ‘디지털 슈카쓰’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순 오사카(大阪) 시에서 열린 ‘디지털 슈카쓰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선 일본디지털슈카쓰협회 관계자가 행사 참석자들에게 “여러분 모두 PC나 스마트폰을 남겨둔 채 죽을 수 있냐?”고 묻자, 한 참석자는 단호히 “죽을 수 없다”고 답했다.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올해 48세의 이 참석자는 “디지털 자료는 형태는 없지만 (스마트폰 등에) 남겨진다”며 “남아 있는 디지털 자료가 어떻게 될지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고베(神戶)시에서도 디지털 유품 관련 심포지엄이 열려 변호사와 법무사 등이 참석자들에게 디지털 유품 관리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디지털유품연구회 관계자는 “스마트 기기의 소유자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망하게 되면, 유족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스마트 기기는 소유자 이외의 사람은 내부 자료 접근이나 사용을 못하게 하는 기능이 강화되고 있어 유족들은 남겨진 스마트폰 등의 기기 내에 어떤 중요한 자료가 남아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망자의 스마트 기기에 걸린 암호를 해제하거나, 스마트 기기에 남겨진 SNS 또는 모바일뱅킹 계정을 삭제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일본PC서비스’라는 업체는 2016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143건의 서비스 의뢰를 받았으며, 이는 직전 1년간의 서비스 의뢰 건수 64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슈카쓰 전문 변호사인 이세다 아쓰시(伊勢田篤史) 일본디지털슈카쓰협회 대표이사는 ‘디지털 세대의 인수인계 노트’를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노트에 스마트기기 보관 장소와 각종 인터넷상의 계정 및 비밀번호를 기록해 두고, 불의의 사고 등으로 사망할 경우 유족들에게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요청하는 내용도 적어 두도록 권고한다. 이세다 대표이사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수고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령을 불문하고 디지털 슈카쓰를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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