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 이야기’ 3권 완간한 주경철 교수

근대유럽 보여줄 24인 다뤄
여성·예술가 등 비주류 조명

역사의 큰 그림은 바다서 완성
앞으로도 연구·저술 할일 많아


근대사 특히 16∼18세기 해양 문명과 교류사를 중심으로 서양 근대를 연구해온 역사학자 주경철(57·사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최근 16∼18세기 인물 24명으로 근대를 풀어낸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3권·휴머니스트)를 완간했다. 잔 다르크에서 시작해 콜럼버스, 헨리 8세, 표트르 대제, 산업혁명의 영웅 등을 거쳐 나폴레옹으로 마무리되는 작업이다. 저물어 가는 올 한 해 그는 이와 함께 ‘그해 역사가 바뀌다’ ‘일요일의 역사가’, 번역서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 공저 ‘국가와 윤리’ 등을 내놨다. 몇 년씩 작업한 것들이 우연히 한꺼번에 나온 것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렇다 해도 이 많은 일을 어떻게 해나가느냐고 물었더니 주 교수는 “토막 시간을 잘 쓰고, 이 일 하다 지루하면 저 일 하는 식으로 모드 전환이 잘된다”고 했다.

‘유럽인 이야기’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제안으로 지난해 3월부터 지난여름까지 네이버에 연재한 원고에 몇몇 인물을 더해 내놓은 것이다. 제안받은 당시의 주제는 ‘서양사 아무 이야기’였는데 그는 인물로 잡았다. “20세기 역사는 구조, 사회를 이야기하다 보니 사람에게서 너무 멀어졌다. 인간이 빠진 역사에 대한 반성, 인간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연재물이니 접근성도 높고 흥미로워야 하니 인물이 좋았다.” 5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주 교수의 설명이다.

등장인물들은 16·17·18세기에 활동한 인물 8명씩 24명인데 그는 “근대 유럽 전체를 보여줄 인물들을 배치했고 다만 세기별로 문화예술가, 유럽 밖으로 나간 인물, 남성 중심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을 넣었다”고 말했다. 근대 유럽사 학자인 그지만 원고를 쓰면서 막연히 알던 인물이 더 명료해지고,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기도 했다고 했다. 잔 다르크는 다시 봐도 놀랍고, 다빈치 그 인간의 복잡함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가 이번 작업에서 얻은 ‘흥미로움’은 그가 독자에게 주고 싶은 ‘목표’ 같은 것이기도 했다.

전공 주저와 별도로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교양 역사서 작업을 해온 그는 “전공에 깊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회의 역사 인식도 필요하고 역사 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쉽게만 할 수도 없고 고민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대중 교양서를 쓸 땐 독자를 명확히 한다고 했다. 이번 책은 대학교 신입생이 대상이다. 하지만 “흥미는 100% 모를 때가 아니라 아직은 모르는 것이 있어 발견하는 즐거움”이라는 그의 말처럼 책은 서양사를 알지만 따지고 보면 모르는 일반 독자에게도 흥미롭다.

그는 서문에 ‘역사가란 인간의 살 냄새가 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식인귀와 같다’는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말을 인용했다. 살 냄새를 따라간 그에게 근대의 인물들을 살피고 난 뒤 새로 느낀 ‘인간과 역사의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인간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인간을 만든다’로 결론 날 허무한 질문이긴 했다. “다빈치 같은 천재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다고 모두 나폴레옹이 되진 않는다. 선한 인물이든 악한 인물이든 흐름을 잘 타야 한다. 흐름과 흐름을 잘 타는 인물. 그 인물은 콘텍스트 안에 있고. 명확한 답은 없죠.”

서양 근대사는 더 이상 남의 역사가 아니라고, 서양 밖에서 하는 서양사 연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후배 연구자들 사이에선 독창적인 서양사 연구가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지금과 같은 ‘선순환’을 이야기했다. “어떤 주제를 혼자 깊게 고민하다 대학원 수업에서 깊은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좀 정리가 되면 학부 수업에서 토픽을 만들어 가르치고, 그다음엔 책을 쓴다. 연구 따로 강의 따로 책 따로가 아니라 내적으로 잘 연결돼 있다”며 앞으로도 다를 것 없다고 했다. 주제도 변함없이 그의 오랜 연구 분야인 ‘바다의 관점’이다. “역사의 가장 큰 그림을 그려보고 세계가 어떻게 연결돼 흐름을 만들었을까 보니 바다였다. 정치·경제·군사는 물론 자연생태도 바다에서 뒤섞였다. 바다의 관점으로 아직 할 일이 많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방학엔 생각을 가다듬을 계획이라고 했다. “정년도 얼마 안 남았고 슬슬 늙어가니까. 앞으로 몇 년 동안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좀 더 주도적으로 약간 큰 것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생각해야겠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사진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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