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복음주의 보수층 ‘콘크리트 지지’ 단속

‘러 게이트’궁지 몰린가운데
대선때 ‘이전공약’ 이행통해
역대 대통령과 차별화 성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 및 아랍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한 것은 ‘보수층 결집’의 신호를 던지면서 역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친이스라엘 정책 전개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 관련 수사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상태에서 미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기독복음주의 보수층의 재결집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CNN방송 및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가장 환호하는 사람들은 기독복음주의 보수층”이라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배경을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 전 셸던 애덜슨 라스베이거스샌즈 회장 및 존 해기 목사 등 미국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유대계 인사들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1%만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및 무역 불균형 해소 등 백인 보수층을 위한 정책에 큰 진전이 없어 지지층에 균열이 가고 있던 상황에서,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이번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에 신뢰를 줬다는 평가다. 친이스라엘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국제적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고 가장 위험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지층에 ‘공약을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통해 역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6개월 보류 행정명령을 통해 공약을 자연스럽게 철회했다.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아랍권의 반발이 거센 만큼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수도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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