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에서 해경이 구조 시간을 놓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사고 당시 해경의 구조 선박은 고장 난 상태였다. 이번 사고 구조 과정을 짚어 보면서 지금의 대응 태세나 구조 방법의 후진성이 세월호 이전과 어찌나 비슷한지 한숨이 나온다. 육상에서 불과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은 해역인데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가장 가까운 구조대인 인천특수구조대 소속 신형 구조 선박이 고장 난 상태였고, 구형 보트로는 사고 해역까지 항해하기 위험해 구조 차량을 이용해 육상으로 이동했으며, 영흥 파출소에서 민간 구조선을 타고 현장에 갔다고 한다. 꾸며낸 말처럼 황당하게 들리지만, 이는 해경 관계자가 브리핑한 내용이다. 구조선은 1년 내내 하루 24시간 출동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야간 항해를 위해선 레이더가 필수인데 선박에 레이더가 없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싶다. 우리나라에 지금 레이더 없는 배가 있는가. 더욱이 전천후 수난 구조에 나서야 하는 해경 구조선에 레이더가 없다는 건 비난의 차원을 넘어선다.
해경의 인력과 장비를 파악해 보니 현 상태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안전 확보를 지원하는 데 인색했던 기획재정부도 안전사고에 한몫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慘事) 이후 조사위원회가 꾸려졌을 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와 사회적 변혁이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세월호가 정치 쟁점화하다 보니 안전 정책이 아예 나오지 못했다. 현재 우리는 여전히 후진적인 안전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사회 전체의 안위보다는 나와 내 조직의 확고한 이익을 구축하는 데 더 몰두하는 것이다. 여전히 수익만 추구하고 안전은 타협해 버리며, 안전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라고만 생각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낚시 어선 대부분이 소형이어서 대형 선박이나 여객선에 비해 관련 규정이 엄격하지 않았다. 또, 어민들의 소득과 연관되다 보니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모두가 우리의 퇴행적 태도를 설명하는 데이터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안전을 너무나 쉽게 편익과 바꿔 버리는 것이다.
조사위원회가 대안적 정책을 제시해 해양 안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면 이번 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해경이 골든타임 안에 현장에 도착해 인명을 구조했다면 국민의 큰 박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세월호 진상 규명이 미진하다 보니 현재 나온 대책은 대부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그동안 세월호를 조사했으면 그 조사에 상응한 제도적 개선책이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그 조사위원회가 어떤 제도적 개선책을 제시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다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재조사위원회를 꾸린다고 한다. 조사위가 조사 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조사위의 예산을 해경의 수난 구조 예산으로 돌리는 게 더 국민 복리를 추구하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낚시 어선 사고가 발생했으니 차제에 낚시 어선에 대한 정교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먼저, 낚싯배의 선체 재질을 화재에 취약하고 강도도 약한 현재의 유리강화섬유(FRP) 대신 알루미늄 재질로 바꿀 필요가 있다. 또, 10t 미만의 작은 배에 22명을 승선시킨다는 것 자체가 후진국형이므로 낚싯배 규모를 20t으로 키워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를 맞게 될 국민에게 안전한 해양 레저를 선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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