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대부분의 나라를 가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던 어느 날, 아직도 가보지 못한 수많은 미지의 땅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내가 있는 이곳 서울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 세상이란 참 해볼 일도 볼 것도 많은 거대한 보물상자 같다. 파리, 런던, 뉴욕 등 이제는 익숙한 이름이 된 세계의 대도시들도 여전히 설렘이 가득하지만, 나만의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긴 것은 아직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 있다는 걸 깨달은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근무지가 아닌 여행지로 다이어리에 깊이 감춰 두었던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들여다보노라면 어느새 마음은 새로운 곳에 가 있다.

먼저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세상의 끝, 남극. 아이슬란드는 한국에서 15시간을 쉬지 않고 가야 닿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직항조차 없기에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불(火)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자연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재해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숙명인 이곳의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탓하고 원망하는 대신에 대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고 한다. 무엇보다 오로라를 직접 보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신비로운 곳이다.

다음은 쿠바의 아바나. 이곳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여름 쿠바 관련 전시에서 만난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60년대로 돌아간 듯한 사진 속에서 강렬한 색감의 옷을 입은 한 여인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치 이 여인이 어서 쿠바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동차의 매연, 시가를 피우는 거리의 사람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마시는 ‘피나 콜라다’, 그리고 탱고와 재즈의 도시. ‘린다 린다’는 현지어로 예쁘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그 말처럼 오래도록 ‘린다’ 즉 ‘아름답다’가 가슴 속에 차오르는 여행지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서유럽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 역시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영화 ‘원스(Once)’의 배경이기도 한 이곳은 맥주와 자연경관으로도 유명하다. 흑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기네스’의 고향이 바로 이곳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소박하고 친절한 더블린의 동네 사람들 틈에서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고, 또 ‘원스’의 주인공들이 연주했던 피아노 가게를 들러보는 상상만 해도 더블린에 가고 싶은 이유는 충분하다.

그 외에도 승객들을 모셔다드린 후 곧장 돌아와야 해서 줄곧 아쉬움이 남은 태국의 끄라비와 방콕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있지만 여전히 시간을 내서 가긴 어려운 예술가들의 동네 ‘빠이’, 그리스의 아테네와 푸른 빛이 아름다운 산토리니섬, 세계적인 록밴드 퀸과 밥 딜런도 스쳐 간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스위스의 몽트뢰 그리고 제네바 등 버킷 리스트를 적어둔 페이지는 나날이 빼곡해지고 있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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