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론칭 행사 모습. 책은 20년이 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열기를 보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풀이했다.
지난 7월 30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론칭 행사 모습. 책은 20년이 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열기를 보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풀이했다.

- 81년생 마리오 / 인문학협동조합 엮음 / 요다

게임은 거대하고 복잡한 공부
무의식적으로 세상 물정 배워

슈퍼 마리오·스타크래프트 등
학업 방해 ‘공공의 적’ 아닌
대중문화 일깨우는 한 과정
정서적 공감이 가장 큰 매력


“그 시절 오락실에는 대문짝만하게 ‘지능계발’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락실을 머리 좋아지려고 다니는 아이는 없었다. 게임이나 하다간 바보 된다는 소리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중략) 하지만 어떤 일도 함부로 시간 낭비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 모든 형태의 삶이 돈벌이의 기준으로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하고 복잡한 공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81년생 마리오’의 공저자인 미디어 비평가 임태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융복합대 교수는 그래서 게임도 거대하고 복잡한 공부라고 했다. 게임을 통해 사람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시대와 세상 물정을 익혔을 테고,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게임과 이를 둘러싼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맥락을 읽다 보면 우리가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갔는지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81년생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작은 사진)에서 시작해 ‘너구리’ ‘프린세스 메이커’ ‘스타크래프트’와 ‘애니팡’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사로잡았던 게임을 인문학적으로 읽어낸 작업이다. 여전히 모든 학부모에게 공부를 방해하는 ‘공적’이며, 중독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니는, 그래서 문화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은 적 없는 게임에 대한, 우리의 추억을 소환하는 애틋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삶과 앎, 노동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젊은 인문학 연구자들이 모인 ‘인문학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문화, 게임 분석가와 게이머, 게임 아티스트, 게임 디자이너 등 12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이들이 우리의 게임을 분석하기 위해 지목한 세대는 1980년대의 테이프를 끊은 81년생이다. 게임을 자기 생애 주기와 함께한 세대이자 게임이 강력한 대중문화의 한 축이었던 첫 세대다. 그래서 추억의 게임을 호명할 때마다 즐겁거나 아픈 일들이 덩달아 떠오르는 세대다. 1981년은 컬러 TV 방송이 시작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때였다. 미국에서 M TV가 개국하고, 최초의 IBM PC가 출시된 해였으며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 동키콩에 슈퍼 마리오가 처음 출연한 해였다. 이들은 1990년대와 2000년을 거치면서 초고속 통신망과 인터넷 붐을 겪었고, 경제 성장률 최고 13.2%(1983년)의 고도성장기에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사회에 나왔더니 저성장, 경제불황, 인구 절벽의 삼중고에 갇힌 세대다.

책은 슈퍼 마리오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끈 너구리, 더 킹 오브 파이터스, 파이널 판타지, 플레이스테이션, 삼국지, 프린세스 메이커2, 심시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애니팡 등을 살피고, 오락실, 플스방을 분석한다. 게임에서 한국 사회와 계급, 잰더를 보고 새로운 가치도 발견해낸다.

너구리가 인기를 끈 것은 이 게임이 그렇게 하기 싫다면 두려워하거나 주저할 필요 없이 플레이를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하면 된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시티는 우리 삶에 정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란 우리가 좋아하는 길을 가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인디 게임 댓 드래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고 풀어낸다. 애니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플랫폼에 작동하지만 오히려 친구를 자원으로 여기는 게임이라는 분석도 흥미롭다. 플레이스테이션이 각 가정의 거실에 자리 잡지 못한 것은 게임이 어린이들의 놀이 대상이 아니라 청소년용이 되면서 학부모들이 공부에 방해될 게임기를 고가에 들여오지 않았기 때문인 반면, 컴퓨터가 우리의 미래로 이야기되고 청소년 방에 PC가 들어가면서 PC 게임의 활황이 이어졌다고도 분석했다.

자신의 체험을 더해 가볍게 읽히는 책은 지난 7월 30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론칭 행사에 대한 글로 마무리된다. 이 행사에는 1만여 명의 관중이 모였고, 생중계로 40만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디지털 문화연구가 신현우는 왜 만 20세가 된 이 게임이 여전히 특별히 기억되며 지금도 사랑받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여전히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가. 스타크래프트가 내포한 정치적 무의식, 이에 대한 정서적 공감 때문이라고 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자원을 통해 생산하고 전투하고 증식하지만 모든 이에게 미네랄 50이라는 똑같은 출발점이 주어진다. 숙련도와 실력만으로 최고에 오를 수 있는 게임이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실력 있는 사람에게 열린, 더 나은 공동체에 대한 열망.” 우리가 사랑한 게임은 한낱 게임이 아니다. 288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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