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국민의당 談合 ‘혈세날치기’ 정부실패, 시장실패보다 무서워 속도 조절하고 산입범위 넓혀야
‘피똥 싼다’. 지난해 흥행한 한 영화에서 한 중견 배우가 목욕탕에서 시비를 거는 건달에게 내뱉은 대사다. 마구 때려 죽을 지경까지 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속된 표현이지만 그 배우가 최근 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또 유행하고 있다. ‘최저임금 피폭(被爆)’ 시한을 20일 앞둔 중소·영세기업 사장과 직원이 바로 그런 처지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들은 한 지인의 하소연은 더 생생하다. 150여 명의 종업원을 둔 중소기업 사장인 그는 요즘 피가 마른다고 했다. 최저임금 16.4% 인상도 그렇지만 연동돼 불어난 퇴직금 부담 걱정 때문이다. 그는 연말까지 직원의 30%를 내보내고, 신규채용도 안 하고, 무능한 직원은 수시로 솎아내겠다고 했다. 대신 두 사람 몫을 해내는 경력직만 골라 뽑겠다고 했다. 그는 ‘저녁 있는 삶’도 직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요새 재계에 나도는 말이 있다. 문 정부가 끝나면 최저임금, 근로시간, 통상임금이 ‘3대 기업 적폐’로 꼽혀 단죄될 거라고. 단언컨대 이 중 최악의 패착은 최저임금 과속인상이다. 근거로 4가지 죄상만 추려본다.
우선, 민간기업 임금을 혈세로 보태주는 세계 유례없는 악례(惡例)를 남겼다. 정권 초 강압 분위기와 정부가 건넨 달콤한 당근의 합작품이다. 오죽 다급했으면 정부가 불가항력적인 영세업체 추가분을 예산으로 벌충하는 궁여지책을 짜냈을까 하는 동정심도 든다. 더 기막힌 건 여당과 야당 일각이 담합(談合)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사(史)에 길이 남을 치욕사를 ‘공동집필’했다는 점이다. ‘청맹과니’ 자유한국당은 논외로 하자. 진짜 야당역을 해야 할 국민의당만은 세금 놓고 난장 치는 국정농단을 막았어야 옳다. 그런데도 예산흥정 대가로 호남 예산 3000억 원 가까이를 챙기는 대신 이의 10배인 3조 원가량의 ‘혈세 날치기’를 거들었다.
둘째, 약자용 일자리정책이 되려 그들을 희생양으로 내몰고 있다. 벌써 아파트 경비원, 빌딩 청소원 등 일자리가 5만 개나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30%가 내년에 인력을 줄이겠다고도 했다. 한때 ‘니르바나의 오류’란 용어가 성행했다. 니르바나는 한자로 열반(涅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럴드 뎀세츠는 이를 지고의 상태로 규정하고, 여기에 도달하려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니르바나 방식’이라 불렀다. 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이 방법은 족족 실패했다. 이를 ‘니르바나의 오류’라 한다. ‘최저임금’이 그 짝이다.
셋째, 기업가정신을 쇠퇴시키고 있다. 한 중견기업 오너는 “3년여간 꿈쩍 않겠다”고 했다. 반기업 악책발(發) 추가 비용이 65조 원에 이른다니 기업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 건 당연한 ‘자위조치’다. 끝으로, 관료의 무소신 본색(本色)의 극치도 드러났다. 임금도 가격이다. 가격(임금)은 수요(기업)와 공급(근로자)에 따라 결정되는 게 상식이다. 정부가 임금규제에 나서려 한다면 양 이해당사자 입장을 다 들어본 뒤 결론 내야 정도다. 한쪽만 들어 경제적 후유증을 초래하면 직무유기다. 재정은 국가 경제의 최후 보루다. 그래서 재정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사업은 원칙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청와대 특명에 허둥대다 대책을 급조했다. 국민에 대한 ‘대리인’ 정부의 배임이다.
OECD는 최저임금 인상을 한국 경제의 복병이라고 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잘못하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도 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들도 한 토론회에서 “정부에 반기업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선 안 된다”며 ‘고해성사’를 했단다.
이제라도 최저임금 후환(後患)을 최소화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엎질러진 물인 혈세 보전은 반드시 내년 한 해로 국한해야 한다. 속도 조절이 절실한 만큼 5년 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친노동정책 하나를 밀어붙이려면 상응하는 친기업정책 하나도 꼭 병행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연봉 4000만 원 근로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면 정부는 즉각 시행규칙을 고쳐서라도 그 산입 범위를 합리적·현실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종종 쓰는 말이 있다. ‘시장실패’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보다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시장실패보다 더 무서운 건 ‘정부실패’다”. 애덤스미스연구소의 창시자이자 소장인 에이먼 버틀러 박사의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