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양형위 10년’학술대회
배심원들 의견, 기준보다 낮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출범 10주년을 맞아 11일 개최한 ‘양형위원회 10년의 성과와 주요과제’ 학술대회에서 “양형기준제 도입 이후 형량의 총량이 증가하고 있고, 가장 일관된 양형 결과를 가져온 범죄는 강간죄”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초기 양형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손철우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양형위 활동 결과 검사가 정식 공소 제기한 사건을 기준으로 현재 38개 범죄군, 약 90.7%의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이 설정돼 있다”면서 “올해 4월 제6기 양형위원회에서는 명예훼손범죄 등 3개 범죄군에 대한 양형기준을 추가 설정하기로 의결, 앞으로 양형기준이 설정되는 범죄의 비율은 약 91.2%로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형기준 준수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국 연방법원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형기준 준수율이 평균 89.7%에 달해 높은 수준을 보인다”고 밝혔다.

손 판사는 특히 양형에 대한 국민 법감정이 괴리됐다는 일각의 비판과 관련, 유의미한 통계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들은 평균 78.8%로 높은 양형기준 준수율을 기록했지만, 그중 양형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배심원들의 경우 폭력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군에서 양형기준의 권고 형량 범위보다 더 낮은 양형 의견을 제시하는 ‘하한이탈’을 보였다는 점이다. 손 판사는 “특히 국민의 공분을 자주 유발하는 성범죄의 경우에도 배심원들이 양형기준보다 더 낮은 양형 의견을 보이는 비율이 92.1%에 달한다는 점에서 양형위가 그동안 설정한 양형기준이 양형에 관한 일반 국민의 건전한 상식이나 법감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정일 경북대 교수는 “양형기준 도입 이후 살인·강도·강간 등 9개 대표 범죄 전체적으로는 형량의 평균과 표준편차가 증가했다”면서 “이는 비난 동기가 있는 살인죄를 중심으로 형량이 대폭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형의 형평성과 범죄억제력 제고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난 범죄는 강간”이라면서 “강간죄에 대한 형량의 평균이 증가하고 표준편차는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최석윤 한국해양대 교수는 현행 양형기준의 문제점에 대해 “현재 양형위는 형법 개정 등에 따라 양형기준을 수정하고 있는데, 이는 형벌 만능주의를 표방하는 ‘중형주의 형사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서 “양형위가 졸속입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여론을 의식해 과민반응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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