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들이 10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주장의 핵심은 건강보험의 의료비 보장을 대폭 강화하는 ‘문재인케어’의 과속(過速)과 수순(手順)에 대한 반대다. 건보 보장성 강화는 옳은 방향이라는 점에서, 고소득 전문직인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발표한 정부 방안의 건보 재정 건전성, 의료 서비스와 경쟁력 측면 등을 보면 “문재인케어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의사들의 비판에 일리가 있다.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의료비 경감을 위해 정부는 전체 의료비의 16.5%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해 건보 보장률을 63.4%에서 70%(2022년)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가인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특진비, 간병 서비스 등에도 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 30조6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건강보험이 2011년부터 흑자를 유지해 현재 21조 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는데 절반(10조 원)을 쓰고, 건보료를 매년 3.2% 올리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보공단 측도 재정 소진이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다음 정부에선 52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건보 폭탄’을 우려했다. 내년 예산 심의에서 건보 지원금이 2200억 원이나 삭감돼 벌써 차질이 빚어졌다.

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 복지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충돌한다. 분명한 것은, 건보료는 적게 내고 혜택은 많이 받는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 ‘무상 의료’도 가능할 것 같은 선심 정책으로 의료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의료 경쟁력도 저하된 외국 실패를 답습해선 안 된다. 정교한 설계와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고령화·저출산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건보 재정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정부는 ‘더 내야 더 받는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