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레에다 감독 ‘세 번째 살인’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는 최근 출간된 자신의 첫 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마지막 장에 “다음에는 ‘홈’에서 ‘사회’로 시야를 넓혀 법정물에도 도전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의 신작 ‘세 번째 살인’(사진)은 그가 밝힌 대로 그의 전작들과 다른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관통해온 이야기의 결과 정서는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홈’에서 ‘사회’로 시야를 넓혔다기보다는 ‘사회’를 내세워 ‘홈’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 듯하다.

30년 전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다시 자신이 다니던 식품공장 사장을 죽이는 장면으로 시작된 영화는 살인자와 변호사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관객에게 믿음과 진실, 삶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는 판사였던 아버지가 맡았던 사건의 범인 미스미(야쿠쇼 고지)의 두 번째 살인사건 변론을 맡게 된다.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만 관심이 있는 시게모리는 오로지 이기기 위한 전략만 짠다. 도박 빚 때문에 사장을 살해하고, 시신을 태웠다고 주장하던 미스미는 보험금을 노린 사장 부인의 의뢰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을 바꾼다. 미스미는 이후에도 계속 다른 말을 하고, 여기에 피해자의 딸 사키에(히로세 스즈)와 부인 미쓰에(사이토 유키)도 각기 다른 진술을 하며 사건은 복잡하게 꼬인다.

미스미의 과거 행적과 그의 주변을 파고드는 시게모리의 모습을 통해 스릴러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영화는 후반부로 들어서며 시게모리의 변화와 새로운 사실들을 덧씌우며 절절한 드라마의 맛을 가미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여전히 가족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면서도 선명한 메시지를 전해온 전작들과 달리 결말을 열어놓는다. 또 사법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며 여러 이유로 삐걱거리는 가족의 상처를 보듬는다. 두 번의 살인이 등장하는 이 영화의 제목에 ‘세 번째’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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