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농약 · 첨가물 평가서
치약·섬유유연제·화장품 등
생활화학제품으로 대폭 확대
안전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
교역·통상에도 중요하게 활용
위험성 확인 · 위험성 결정 뒤
노출평가·위해도 결정 진행
4단계 과정 ‘위해평가’ 실시
IT 기반의 위해평가정보 구축
정부, 사람중심 통합평가 추진
인류가 첨단기술을 이용해 식품을 가공해 먹으며 화학제품으로 편의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부터 ‘위해평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 몸에서 이런 제조 성분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평가하는 것이다. 최근 생리대 위해 논란과 맞물려 확산하고 있는 ‘케모포비아(chemophobia·화학물질 공포증)’도 이런 위해평가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위해평가는 유해물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적 측면은 물론, 식품안전 관리 정책 결정의 과학적 근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위해평가는 식품이나 환경생태계 대상으로 농약·첨가물·오염물질 등을 주로 평가하는 데 한정됐었지만, 최근에는 물티슈·샴푸·치약·렌즈 등 인체 접촉 화장품 및 의약외품, 세정제·섬유유연제·방향제 등 생활화학제품으로 대상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또 개별 위해 물질뿐만 아니라 이들이 통합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위해 여부에 대한 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독성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기술을 바탕으로 위해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 협력관계도 확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13일 “독일, 프랑스 기관뿐 아니라 유럽식품안전청(EFSA)과도 업무협약을 추진함으로써 국내 위해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전문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학적 위해평가, 국가 교역에도 활용=‘위해평가’는 인체가 식품 등에 존재하는 위해요소에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영향과 발생 확률을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과정이다.
실험실 증거, 동물 독성시험, 인체 역학적 증거 등 물질에 대한 모든 위험성 정보를 수학적 통계 기법과 모델링 등을 활용해 분석한다. 위해평가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이나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의 제조과정 중 부득이 함유되거나 의도치 않게 생성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노출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또 사건 사고 등으로 유해물질이 검출됐을 때 인체 건강은 어떠한지 등을 판단하는 중요한 과학적 수단이기도 하다.
위해평가는 국가 안전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로 제시될 뿐 아니라, 국가 간 교역 등 통상에서도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회원국에 위험성 확인(Hazard Identification), 위험성 결정(Hazard Characterization), 노출 평가(Exposure Assessment), 위해도 결정(Risk Characterization) 등 4단계 과정으로 위해평가를 진행하도록 권고한다. ‘위험성 확인’은 화학적·미생물학적·물리적 위해 요인의 유해성, 독성 및 그 정도와 영향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위험성 결정’은 위해요소의 노출량과 영향 발생의 관계를 규명하는 단계다.
‘노출 평가’는 식품 등을 통해 사람이 섭취하는 위해요소의 양 또는 수준을 산출한다. ‘위해도 결정’은 평가 대상의 위해 요인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위해 정도를 예측한다.
◇각종 위해 DB 구축, 신속활용=정부는 식품 유해물질에 대한 위해평가를 위해 수은, 카드뮴 등 유해물질 60종과 사카린나트륨 등 식품첨가물 160종에 대해 인체 노출 안전기준을 설정했다. 계란 등으로 만든 알가공식품 미생물의 위해평가와 농·축·수산물 농약 잔류 실태조사도 올해 160종에서 2020년까지 226종으로 확대한다. 국민의 식생활 변화를 반영해 대상을 5년마다 재평가한다.
특히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위해평가 기반 정보 구축 능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식품 중 오염도 자료, 식품섭취량, 위험성 정보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식품 위해평가 정보시스템이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유해물질 모니터링 정보관리시스템(Mornitoring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MIMS)과 유해물질안전관리 통합전산망(Mornitoring database and Assesment Program·MAP)이다. 현재 오염도 자료가 총 4600만여 건 저장돼 있으며, 식품섭취량 자료 역시 600여 건이 구축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보 구축 시스템은 위해평가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 협업을 요청하고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또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정보 제공시스템(Tox-info) 역시 2006년부터 운영해 현재 2177건의 독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위해평가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독일·프랑스 등 선진 위해평가기관 및 독성평가 기관과 국제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11월 위해평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EFSA와 내년 5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통합 위해평가도 추진=정부는 식품, 화장품, 생활화학제품 속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개별 영향을 평가하는 일 외에 이들이 통합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위해에 대한 평가도 추진하기로 했다. 더 꼼꼼한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노출되는 다양한 제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중심 ‘통합 위해평가’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식약처 주도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통합 위해평가 협의체 구성과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독성이 강하고 노출 수준이 높은 유해물질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도출할 방침이다. 페놀화합물, 플라스틱 가소제, 중금속, 코팅제 등 2022년까지 평가 대상 물질 60종을 선정하고 국민 총 노출량을 산출해 인체 노출 안전기준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범부처 독성 데이터베이스도 5000성분까지 늘리고, 위해 미생물은 물론 담배·위생용품 등 사각지대 제품도 관리키로 했다. 아울러 유해물질 통합 위해평가와 관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 ‘인체 위해성 통합평가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가칭)’도 제정할 방침이다.
국내외 위해평가 전문가 자문단도 구성해 과학적 이슈 발생 시 위해평가 방법과 결과의 자문, 교차 검증도 실시하기로 했다. 국제적 위해평가 기관인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 EFSA 등과 파트너 기관으로서 4자 간 공식적인 협의를 통해 국제 위해평가 기술협력 활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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