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우울, 수치심과 같은 방문객이 우리를 찾아올 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사진은 명상의 수단으로 터키에서 발달한 수피즘의 회전춤.   자료사진
명상은 우울, 수치심과 같은 방문객이 우리를 찾아올 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사진은 명상의 수단으로 터키에서 발달한 수피즘의 회전춤. 자료사진

- (18) 명상에 대한 이해 Ⅱ

질투·분노·패배·열등감…
자기 인격과 동일시 땐 수치심
주변에 대한 미움·공격 나타나

고통·슬픔은 때로 시간이 해결
이런 감정과 ‘친구되기’통해
‘손님’ 메시지에 귀기울여 보길



이번 회에는 터키의 수피 시인 잘랄루딘 루미의 ‘여인숙’이라는 시를 통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힘겨운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여인숙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하나의 여인숙과 같다./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기쁨, 절망, 우울,/그리고 어떤 순간적인 자각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으로 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라. 그리고 대접하라./심지어 그들이 당신의 집과 가구들을 사정없이 휩쓸어 버리는 슬픔의 군중일지라도 그래도 각각의 손님들을 고결하게 대하라.

어쩌면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위해서/당신의 내면을 정화시켜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생각, 수치심, 악의 손님일지라도/그들을 문 앞에서 웃으면서 맞이하라./그리고 안으로 모셔 들여라.

어떤 손님이 오든지 감사하라./왜냐하면 각각의 손님은 저 너머 초월의 세계로부터/보내진 안내자이기 때문이다.



◇ 생각과 감정은 손님이다 = 위의 시는 우리가 겪는 감정, 생각, 기억들은 우리 자신이 아니고 우리의 소유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들은 그냥 우리의 존재, 여인숙을 찾아오는 손님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반가운 손님이든 반갑지 않은 손님이든 때가 되면 떠나가고 사라지는 것이니 깊이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일상에서 일어나는 괴로운 생각이나 감정이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인 줄을 모르고, 그것을 우리 자신으로 착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질투, 분노, 패배, 열등감과 같은 감정이나 그러한 감정과 뒤섞인 생각을 우리의 인격과 동일시하게 되면 우리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게 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그런 자신을 싫어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자연히 내면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면서 우리의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애쓰게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못난 생각과 감정을 일어나게 만든 주변 조건이나 대상을 향해 공격성과 미움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 =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힘든 감정이나 생각 그 자체 때문이 아닙니다. 삶의 고통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을 우리 자신이라고 오해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불교심리학에서는 여인숙을 찾아오는 손님을 우리 자신으로 착각하고 그것에 반응하면서 괴로워하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보고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첫 번째 화살은 생로병사와 같이 삶의 조건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두 번째 화살은 손님을 손님으로 인식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실체가 없는 환영이기 때문입니다.

◇ 명상은 손님과 친구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 예기치 않은 고통이 우리를 방문할 때, 우리는 때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 더러는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또 손님을 집 안에 들이는 것이 불안하고, 집 안의 가구들을 사정없이 휩쓸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 챙김과 자기연민 명상은 우울, 슬픔, 수치심과 같은 방문객이 우리를 찾아올 때, 그들을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하버드 의대 임상심리학자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는 루미의 시를 은유적으로 사용해서 고통의 방문객을 우리의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과정을 다음의 5단계로 설명합니다 : ⓐ 저항 - 문을 막고 방문객에게 꺼지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집 안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단계. ⓑ 탐색 - 호기심을 가지고 불편한 감정에 접근하다 문틈으로 누가 왔는지 내다보는 단계. ⓒ 인내 - 손님에게 현관에서 기다리라고 요청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단계. ⓓ 허용 - 불편한 감정을 허용하고 손님을 집 안에 들어오게 하는 단계. ⓔ 친구되기 - 손님이 뭐라고 말하는지 앉아서 듣고 고통의 경험을 통해 교훈을 발견하는 단계.

◇ 우리는 어떻게 손님을 맞이하는가? =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현재 우리가 처한 개인적·사회적 상황에 따라서 우리는 날마다 다양한 기분, 감정의 기복을 경험합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밀려오는 고통의 손님들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술, 약물, 폭식, 게임에 빠지면서 도망치기도 하고 운동, 취미, 봉사활동 등으로 인내하며 견뎌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손님을 대하든 그 동기는 분명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돌보려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되지만 결과는 극단적으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힘든 순간이 올 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척추를 곧게 세우고 심호흡과 함께 손님의 존재를 알아차려 보세요. 그리고 각각의 손님들이 들려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그러면 우리의 방문객은 깨달음의 저 언덕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입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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