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사용량 따라 차별 금지’
美 FCC 표결서 3대2로 폐기
버라이즌 등 통신사 수익 늘고
구글 등 사업자 부담 커지지만
영향력 고려하면 타격 제한적

韓 당장 폐지 논의 없겠지만
신규사업자 시장진입 어려워
‘생태계 다양성’ 훼손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4일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폐기하며 전 세계 인터넷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전기·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분류, 데이터 내용·사용량에 따라 데이터 속도나 망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 정책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망 중립성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어 당장 폐지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날 회의에서 망 중립성 폐기 여부를 놓고 표결을 실시, 찬성 3명 대 반대 2명의 표차로 망 중립성 정책을 최종 폐기했다. 공화당 추천 인사 3명이 망 중립성 폐기에 전원 찬성했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출신의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성명에서 “통신 사업자는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따라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결정 배경을 밝혔다.

망 중립성 정책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반(反) 차별과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자사가 투자한 네트워크 위에서 인터넷 사업자들이 올리는 막대한 수익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재주는 통신사가 부리는데 돈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번다’는 논리였다. 업계에서 이번 망 중립성 정책 폐기로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더 많은 망 이용 비용 부담을 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러나 해당 사업자들의 시장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전망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콘텐츠가 없는 통신사의 인터넷 서비스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작지만, 국내에서 망 중립성 정책이 폐기된다고 해서 대형 포털이 막대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근본적인 문제는 향후 신규 인터넷 사업자들의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대형 사업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데이터 속도 등에서 우위를 가져갈 경우 신규 사업자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도 ‘사장(死藏)’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대형 사업자의 경우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 측면에서 다양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줄리어스 제너카우스키 전 FCC 위원장도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망 중립성 정책은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면서 많은 국가의 부러움을 샀는데 이번 조치로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면서 우려했다. NYT는 “이제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미국인들의 온라인 경험을 재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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