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젊은 사람들이라면 눈썰매장에서 타는 플라스틱 기구가, 나이 든 세대라면 논이나 방죽의 얼음판에서 타던 나무 각목에 철사를 박아 만든 기구가 떠오를 것이다. 또 나이 든 세대 가운데 눈이 많이 오는 산간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눈길을 달리던 나무로 만든 스키 모양의 기구가 떠오를 것이다.

‘썰매’는 ‘눈’과 밀접한 도구이다. 눈 쌓인 산야에서 사냥하기 위해서는 눈 위를 빨리 달릴 수 있는 기구가 필요했을 터인데, 이것이 바로 나무로 만든 스키 모양의 썰매이다. 옛 문헌에 눈 위에서 썰매를 이용하여 사냥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 ‘썰매’가 ‘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기구임을 알 수 있다.

현대국어 ‘썰매’는 18세기 문헌에 ‘셜마’로 나타난다. ‘셜마’는 대체로 한자어 ‘雪馬’로 본다. 한자어 ‘雪馬’가 이른 시기의 문헌에 두루 발견된다. ‘雪馬’는 ‘눈 위에서 타는 말’ 또는 ‘눈 위를 달리는 말’이라는 뜻인데, 눈 위에서 타는 ‘썰매’가 있다는 점, 말과 같이 빠르다는 점 등이 이와 같은 설을 뒷받침한다. 물론 ‘셜마’를 순수한 우리말로 보고, ‘雪馬’를 그에 대한 단순한 취음자(取音字)로 보기도 하나, ‘셜마’를 고유어로 볼 근거는 없어 보인다. 또한 ‘셜마’를 동사 ‘혀다(끌다)’의 관형사형 ‘혈’과 한자 ‘마(馬)’가 결합된 ‘혈마’에서 온 단어로 보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설은 중세국어에 ‘혈마’가 존재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18세기의 ‘셜마’는 음절말에 ‘ㅣ’가 첨가되어 ‘셜매’로 변했다가 제1음절의 모음이 단모음화하여 ‘설매’로 변했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과정을 거쳐 ‘설매’로 변했을 것이다. ‘설매’는 제1음절의 어두음이 된소리화하여 ‘썰매’로 변한다. ‘썰매’가 19세기 말 문헌에 보인다. 20세기 이후에 나온 대부분의 사전에서는 ‘썰매’의 어원을 ‘雪馬’로 보고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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