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뉴딜사업’ 전망·과제

문화·관광·해양산업 엮은
68개 사업중 가장 큰 규모

사업비 64% 민간에 의존
유치 난항 땐 좌초 가능성

당국 “대기업 투자 긍정적
투기 차단 모니터도 강화”


경남 통영시 도남동 195번지 옛 ‘신아에스비’ 부지.

설립 68년 만인 2014년 4월 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사실상 폐업에 들어가면서 도남동 일대는 활력을 잃었다. 협력업체 포함, 4000여 명의 직원을 둔 세계 16위의 중견 조선소가 무너진 여파는 상당했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실직하며 인근 다세대 주택 등을 중심으로 빈집이 속출했고, 문을 닫는 점포도 늘어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신아에스비 부지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의 이견 등으로 인해 번번이 결론이 나지 않아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국내 근로자들이 떠나고 남아있는 다른 조선소 등지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리면서 치안도 불안해졌다.

이랬던 신아에스비 터를 중심으로 도남동 일대 50만9687㎡의 부지가 문화·관광·해양산업이 어우러진 해양관광 거점지역으로 되살아난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서다. 통영시가 낸 ‘문화·관광·해양산업 허브 조성을 통해 재도약하는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 사업 계획안은 지난 14일 발표된 첫 시범사업 68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도시재생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경제기반형’으로 인천, 부산, 전남 광양시를 제치고 유일하게 뽑혔다.

2023년까지 6년간 투입되는 총 사업비만 1조1041억 원(재정보조 417억 원, 부처연계 2020억 원, 지자체 304억 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 1200억 원, 민간 7100억 원)에 달한다.

통영시와 LH는 조선소 부지를 중심으로 해양공원, 조선해양박물관, 미술관, 테마파크, 플로팅 아일랜드, 수상스포츠센터, 쇼핑몰,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고, 크루즈·마리나 창업센터와 연구·개발(R&D) 센터도 만들어 해양산업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주거지 환경 개선을 위해 빈집이나 상가를 사들여 리모델링 하고 무인 주차장을 만드는 한편 에너지 마을 구축, 범죄예방 스마트보행환경 사업도 추진한다. 2026년 완공될 이번 사업을 통해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5000억 원 규모의 건설 수요가 창출된다는 게 지자체와 LH의 전망이다.

성공 시 ‘한국판 말뫼’(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던 스웨덴 항구도시로 조선업 불황과 함께 쇠락했다가 도시재생을 통해 되살아난 곳)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구조가 확정된 게 아니라 불확실한 부분이 많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재원 조달이 관건이다. 중앙정부, LH, 지자체의 재원 마련 가능성도 미지수인데 특히 해당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 중 절반 이상인 64%를 민간에 의존하고 있어 민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경남도청 관계자는 “우리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할) 금액이 너무 많은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긴 했다”며 “아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건 아니지만 LH가 문화산업이나 숙박업을 하는 대기업 3곳 정도와 접촉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투기 수요 유입도 우려스러운 대목 중 하나다. 개발 지역 인근을 중심으로 땅이나 집을 사들이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폐조선소를 포함한 개발 구역은 LH를 중심으로 매입할 계획이라 걱정이 없지만, 인근 지역이 문제긴 하다”며 “다만, 지금도 조선소 파산 여파로 집의 70%가 비어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더라도 회복 수준이 아닐까 싶고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정부도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소규모 정비사업 개념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내년 첫 시범사업 68개를 시작으로 매년 약 100개씩 총 500개 사업지를 선정한다. 재정 2조 원, 주택도시기금 5조 원, LH 등의 사업비 3조 원 등 매년 10조 원씩 5년간 총 50조 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주거 환경이 개선될 뿐 아니라 연간 3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낡은 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매년 5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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