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 정려원 인터뷰

“악녀 아닌 마녀 되길 원했다”
30대중반에 시청률 1위 기쁨


“착한 척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어요.”

배우 정려원(사진)은 KBS 2TV ‘마녀의 법정’에서 여성아동범죄전담부의 독종 검사 마이듬 역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을 법으로 응징하는 마이듬은 소위 말해 ‘사이다’ 같은 캐릭터였다. 마이듬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시청자들의 응원의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정려원이 연기한 마이듬은 기존 드라마의 의존적인 여주인공 캐릭터와 다른 방향을 택했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이 과정에서 고압적이고 위협적인 남성들과 대거리를 한다. 그러면서도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정확한 논리와 곧은 신념으로 직진한다. 혹자는 “드세다”고 말한다. 하지만 법을 잣대로 무섭게 돌진하는 마이듬은 ‘마녀’일지언정 ‘악녀’는 아니었다.

14일 문화일보와 만난 정려원은 “착한 척 하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좋았다”며 “하지만 ‘마녀’를 원했지 ‘악녀’가 되길 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을 기준으로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검사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정려원은 인터뷰 내내 신이 나 있었다. 마이듬의 활약상을 이야기하며 박수를 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이듬의 걸음걸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든 마이듬을 아직 떠나 보내지 못한 듯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나선 드라마는 흥행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15%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1위 거둔 ‘마녀의 법정’을 가리켜 그는 “보너스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정려원은 “멜로가 생각나는 계절이지만,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많은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장르물이라 확신했다”며 “실제 마이듬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친구에게 대본리딩까지 시켜보며 참조해 만든 캐릭터인데, 그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연기하며 ‘내가 마이듬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채 스무 살이 되지 않은 나이에 데뷔해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선 정려원. 연기력은 무르익고 있지만 대한민국 방송가에서는 여배우가 설 자리에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속에서 모래 속 진주 같이 빛난 이 드라마는 ‘30대 정려원’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입에 붙지 않는 법정 용어를 구사하고 링거를 맞으며 촬영을 마친 그가 먼저 배우들을 독려하며 “시즌2 갑시다”라고 외친 이유다.

“성(性)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루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상처받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애썼다. 그래서 관련 기사의 댓글도 일일이 찾아봤는데 그런 불편함을 느낀 분들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나는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나이도 아니고 맡을 수 있는 캐릭터도 많지 않다. 그렇게 자신감이 떨어지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라 더욱 반가웠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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