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남 하나금융이사회 의장 ‘승계절차 압박 논란’ 일침

“金회장 회추위 명단서 뺄 것
우수한 기업의 지배구조 놓고
정부, 영향력 행사하면 안돼”

일각 “전직 임원들 파워 게임”
당국 “특정 지주사 타깃 아냐”


윤종남(사진)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18일 “우리나라 특유의 관치(官治) 금융이 선진 금융 도약과 규제 개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최근 차기 하나금융 회장 선임 과정을 놓고 관치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 “김정태 현 회장은 이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배제돼 있지만, 더 이상 오해가 없도록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김 회장을 아예 형식적인 회추위 명단에서도 제외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출신인 윤 의장은 이어 “금융감독기관에서 금융지주회사의 회추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각종 금융규제가 있고, 금융기관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금융 시스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또 “하나금융지주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이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말은 관치 금융 때문에 나온다”는 말로 금융 당국의 압박에 불만을 나타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연이어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회추위를 구성하는 등 ‘셀프 연임’을 한다”는 발언을 통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 위원장과 최 원장은 특정 금융지주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년 3월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하나금융지주를 겨냥한 것이라는 쪽으로 각이 좁혀지는 모습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낙하산’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여론전을 형성해서 현 경영진을 압박하고, 자진 사퇴 또는 물갈이를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치”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신(新)관치 논란이 본격화된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실적이 우수한 민간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정부가 이런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기업 이사회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되고 결국 금융산업 발전을 후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한 배경을 놓고 전직 임원들의 ‘파워 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직 하나금융지주 고위 임원이었던 K 씨가 특정 학맥과 과거 하나금융지주 재직 시 맺었던 인연 등을 바탕으로 청와대·금융위·금감원 고위 인사들과 공동 전선을 펼치며 하나금융지주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특정 지주사를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만용·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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