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전쟁·근대화 소용돌이
이광수·최인훈·이청준·신경숙
대표작가로 ‘시대의 마음’ 살펴
“한국소설 100년은 쉽지 않은 단련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를 한 공동체의 주체로 받아들이게 된 마음의 역사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한 자락을 들여다본 시선의 기록이다.”
한국 최초의 현대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이 1917년 ‘매일신보’에 발표된 지 100년. 그동안 한국소설 100년의 역사를 살펴본 작품들은 적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의 이광수부터 지난해 맨부커 인터내셔널부문상을 받은 ‘채식주의자’의 한강까지… 시대별 대표적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고 그들의 계보를 연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6·25 전쟁, 산업화와 독재, 그리고 민주화 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굴곡을 계기로 변화하는 세대의 의식을 좇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서영채(서울대 교수) 문학평론가의 ‘죄의식과 부끄러움’(나무나무출판사)은 통상적인 문학사와는 구별된다. 그보다는 시대의 마음을 대표하고 잘 형상화한 자기 성찰적 고백에 가깝다. 서 평론가는 “문학사라고 하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캐논’(정전)들이 있고, 이에 대한 증상이 중심을 이루지만 이 책은 증상이나 균형과는 거리가 있다”며 “도대체 한국인이라는 주체는 어떻게 형성됐는지, 지난 100년간 한국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따져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출발은 이광수다. 이광수는 여러 면에서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와 비교된다. 식민지 모국의 작가 소세키가 국가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철저한 자기 본위의 개인주의자였다면, 식민지국의 이광수는 국권을 빼앗긴 상황이라는 ‘죄의식’을 품에 안고 있는 민족주의자였다. 따라서 소세키는 근대화를 개인의 차원에서 수용하며 공감을 얻었지만, 이광수는 민족적 주체의 차원에서 고민해야 했다.
서 평론가는 “이런 죄의식이 우리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그 트라우마가 무엇을 말하는지 얘기하고 싶었다”면서 “그것이 식민지 근대성이란 주제로 정리된 것이며, 핵심은 외부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제의식 속에 서 평론가가 이광수 이후 주목한 작가는 ‘광장’의 최인훈, ‘당신들의 천국’의 이청준, ‘백년여관’의 임철우, ‘외딴방’의 신경숙 등이다. 최인훈을 이른바 ‘전후세대’의 마지막 작가, 이청준을 죄의식이 부끄러움으로 바뀌는 한글세대의 첫 작가, 그리고 신경숙을 1990년대 자신의 이야기에 훨씬 당당해진 세대의 작가로 규정하고 그들의 작품 속 인물 행동의 원인을 분석했다.
서 평론가는 “이런 행동의 원인에는 원한이 숨겨져 있다. 근대화가 출발할 때 생긴 원한이다. 당당하지 않은 상황에선 그게 원한이지만 당당하면 분노로 바뀐다”며 “근대화하면 늘 등장하는 단어가 주체인데 지금까지는 주체와 주권이 분리돼 있다는 게 문제였다면 이제는 주체가 스스로의 삶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근대화 과정에서 소용돌이친 역사적 억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제강점기부터 민주화 운동까지 우리는 죄의식과 부끄러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책은 한국소설의 작가와 주인공의 마음속, 더 나아가 ‘시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근대화를 논하고 해부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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