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전국부 부장

올해 들어서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한편에선 열심히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재해예방 대책을 내놓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판박이처럼 비슷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연달아 터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더니, 정부가 재해예방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던 지난 18일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5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초고층 빌딩이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타워크레인 얘기다. 올 들어 전국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19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했으니 이 정도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5월에는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인상 작업을 하다 마스트가 균형을 잃고 무너지면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이어 10월에는 경기 의정부시 민락2지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철거 작업 도중 타워크레인이 붕괴하면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지난 9일에는 경기 용인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인상 작업을 하다 크레인이 부러져 3명이 추락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왜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하늘 위 흉기’로 부르는지 이해된다.

사고도 사고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입으로는 ‘안전’과 ‘재발 방지’를 떠들어댔지, 정확한 사고원인 분석과 효과적인 예방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타워크레인에 생명줄을 의지한 채 올라가야 하는 근로자는 얼마나 불안할까. 또 오죽 답답했으면 전국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 노조가 작업을 거부하고, 26일 집회를 열기로 했을까. 노조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근로자들이 동료를 잃었다는 슬픔에 ‘멘붕’ 상태를 겪고 있다”며 “잦은 사고로 더는 작업하지 못하겠다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공사장을 떠나 길거리로 나서려는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현장과 동떨어진 형식적인 구호나 허술한 행정 조치가 아니다. 노조에선 정부의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에 대해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자격증 도입과 관련해 필요한 예산이 하나도 편성돼 있지 않다”며 현행 정기점검은 면밀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베테랑 작업자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 속엔 더 이상 정부의 제도적 보호를 기대할 수 없어 살기 위해 자구책을 모색하겠다는 강한 불신이 깔려 있는 듯하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면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세월호 참사’에 버금가는 국가적 차원의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 아닐까. 단 한 명일지라도 소중한 목숨을 허망하게 잃을 순 없기에 하는 말이다. 일각에선 국가적 재난관리를 책임지는 재난안전 총괄 부처였던 국민안전처가 해체된 이후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이 세계 꼴찌 수준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웬만큼 큰 사고가 터져도 눈 한번 깜박 않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만을 탓하고 있을 때는 아니라고 본다. 공든 탑이 더 무너져 내리기 전에 A부터 Z까지 문제점을 찬찬히 짚어가야 할 것이다. 무능한 정부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

y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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