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賞 강채은 양

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할머니 손녀 채은이에요.

항상 편지를 쓸 때 저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썼는데요. 오늘은 특별하게 할머니께 써보려고 해요. 할머니께는 말씀을 못 드렸지만,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해주신 분이 할머니 같아요. 물론 부모님께서도 많은 노력을 해주셨지만, 그 속엔 할머니가 계셨어요.

할머니는 저의 엄마를 포함해 7남매를 키우셨죠. 어머니께 들었어요. 할머니께서 매우 힘드셨다고요. 엄마가 어릴 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7남매를 먹여 살리느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엄마 말씀을 들어보니 할머니께서는 항상 아침이나 저녁이나 집에 안 계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밥도 자기가 해 먹어야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처음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어린 엄마가 외로웠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할머니는 그때 자기 자식들을 살리려고 온종일 일만 하신 거잖아요. 항상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그리고 7남매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피땀 흘려 일하신 할머니께 박수를 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제주도에 계셔서 자주는 만나 뵙지 못하게 돼 할머니께 죄송한 것 같아요. 할머니, 혹시 작년에 할머니 팔순 잔치 날 기억나세요? 그때 온 가족이 모여서 잔치를 했잖아요. 저는 그때 할머니를 뵙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할머니는 저희를 보시자마자 달려오셔서 포근하게 안아주셨죠.

그때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안부를 물으시고 부모님 말씀 잘 들으니 착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는 할머니의 그 따뜻한 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어요. 저희는 사진도 찍고 놀기도 했죠. 그러고는 이모들과 엄마의 어렸을 때를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잖아요. 그때 모든 사진에는 할머니께서 늘 이모, 삼촌, 엄마 곁에 계셨어요.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엔 힘듦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늘 웃고 계시다는 것을 저는 알았어요. 그런 할머니를 보면 모두 가슴이 찌릿했을 거예요.

그때 기억나세요? 삼촌이 할머니를 업으셨을 때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지요. 그때 할머니 얼굴은 온통 화사한 꽃밭이셨어요.

또 가족 간 장기자랑을 할 때 저랑 언니를 보시며 “너희들이 1등이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도 할머니는 행복해 보이셨어요. 장기자랑 때 삼촌이 노래를 부르셨던 거 기억나세요? 그때 선글라스를 쓰시고 ‘가족사진’이라는 노래를 부르셨어요. 처음에는 왜 장기자랑 때 선글라스를 쓰는지 궁금했어요. 그러곤 삼촌의 노래를 듣고 모두 울었어요. 모두 운 이유가 그동안 할머니께서 자신들을 위해 노력하신 일들이 모두 머릿속에 스쳤던 것 같아요. 7남매를 키우며 두려움과 무서움이 있으셨을 텐데 자식들에게 보이지 않으시려고 꾹 참고 오셨죠?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할머니. 할머니는 제가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게 해주신 아름다운 꽃이에요. 할머니, 앞으로 근심 걱정 모두 떨치시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7남매를 건강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할머니! 사랑합니다! (할머니. 저의 할머니로 태어나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할머니의 손녀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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