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일이든 주말이든, 오프 때는 자신이 원하는 활동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 중에 하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평일이든 주말이든’이라는 말이 가져오는 불규칙한 일상이 불편하게 다가올 때도 적지 않다. 가장 아쉬운 것은 경조사를 제대로 못 챙긴다는 점이다. 스케줄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내 편의를 위해 모든 스케줄을 조정할 수는 없다. 경조사와 더불어, 새로운 어떤 것을 배운다거나, 정기적인 모임에 참석하는 일도 매우 힘들다.

이러한 승무원들의 고충과 진심이 모였을까. 대한항공에서는 승무원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봉사활동이 제법 많이 있다. 배식봉사 등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활동은, 그때그때 스케줄이 되는 지원자를 받아 이뤄지고 있으며, 한 해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대규모 봉사의 경우에는 미리 스케줄을 조정해 참여 인원을 구성하기도 한다. 얼마 전 성황리에 개최된 ‘하늘사랑 바자회’는 상당히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나눔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 바자회는 승무원들이 해외에서 사 온 기념품, 혹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기증하고,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약 두 달에 가까운 기간 물품을 기증받았으며, 며칠간의 정리와 가격 책정 작업을 거쳐 하루의 행사를 만들어 냈다. 나 또한 오프를 반납하고 회사로 출근해서, 물품 접수 데스크 근무를 했다. 기증하는 물건의 종류는 아주 다양했으며, 가격대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는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해당 국가에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는 물품도 많았고, 상당한 고가의 물품 또한 많이 접수됐다. 직접 누군가를 만나서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시간을 기부하지도 못하지만, 좋은 곳에 쓰인다는 그 하나의 목표로 바자회 준비와 행사에 진심 어린 마음이 많이 모였다.

행사 당일에는 사진 촬영이라는 중책을 맡아 일하기도 했다. 혼자는 부담스러워서 평소 같이 사진도 찍고, 정보도 공유하는 승무원 선배를 불러서 같이 이곳저곳 셔터를 누르고 다녔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쉬운 일을 맡은 것 같아서 내심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행사가 끝나고 사진을 정리하고, 후기로 업로드할 영상을 만들면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뿌듯함과 벅참을 감추기 힘들었다.

봉사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시간이 없어서 그 마음에 상응하는 돈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물건이나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물론 현장에서 직접 도움을 주는 사람도 많다.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그 마음만큼은 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조금의 여유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고, 그 의미 있는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할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대한항공 승무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