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프로페셔널’ 賞 받은 클래스A 멤버 서지연

10세 입문, 대학때 레슨 시작
2003년 교습 전념키로 결심
클래스A 취득 2년 만에 마쳐
지난해‘교습가賞’ 이은 성과

“선수로 빛 못 봐 레슨의 길?
부정적 인식 바꿔놓아야죠”


메이저대회 출전의 목표를 접었다. 그리고 4대 교습가 상을 받겠다는 새로운 꿈을 좇고 있다.

서지연(41) 프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티칭앤드클럽프로페셔널(T&CP)의 클래스 A 멤버다. LPGA T&CP는 전문적으로 골프장을 경영하거나 골프교습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등급은 ‘어프렌티스(수련생)’, ‘클래스 B’, ‘클래스 A’, ‘마스터 프로페셔널’로 분류된다. 클래스 A를 취득하고 10년이 지나야 마스터 프로페셔널이 될 기회가 주어지기에 클래스 A가 실질적인 최고 등급으로 인정된다. 한국인 클래스 A는 33명이며 서 프로는 이 중 으뜸이다. 서 프로는 지난 18일 전 세계 1700여 명의 LPGA T&CP 멤버를 대상으로 LPGA가 선정하는 ‘국제분야 올해의 프로페셔널’ 상을 받았다. 지난해 ‘국제분야 올해의 교습가’로 선정된 데 이은 성과. 특히 국제분야 올해의 프로페셔널 수상은 한국인으론 처음이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트룬 골프 아카데미에서 만난 서 프로는 수상 소식 탓인지 밝은 표정이었다. 서 프로는 “10세 때 아버지로부터 골프채를 건네받았고 대학에 입학한 19세에 레슨을 시작했다”면서 “벌써 레슨 23년 차”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994년 서일대 골프학과에 입학하면서 선수와 지도자, 두 마리 토끼를 쫓았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삶이 우선이었다. “대회 참가를 우선으로 레슨 일정을 조정하고 해외 전지훈련도 매년 다녀왔다”며 “젊은 시절엔 교습가로서의 존재를 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고 ‘내 공을 쳐야 하는데 (교습하면서) 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무척 답답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가르쳤지만 ‘제자’들의 기량 향상이 더뎠기 때문. ‘잘 가르치는데 왜 따라오지 못하지’라는 의문에 빠져 살았다. 레슨 경력이 조금 쌓인 뒤에야 깨달음을 얻었다. 서 프로는 “5년 정도 지나고 난 뒤 비로소 레슨 방법에 잘못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개인별 체격조건, 성격 등을 고려하는 ‘맞춤형’ 레슨이 정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습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2003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원이 된 서 프로는 “선수보다 교습가로서의 장래를 준비한 시간이 더 길고, 선수보다 교습가로서 더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며 “2012년 마지막으로 대회에 출전한 뒤 LPGA T&CP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LPGA T&CP로 눈을 돌린 건 체계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 의욕이 넘쳤기에 이론 습득 속도는 무척 빨랐다. 대개 클래스 A 취득까지 4∼5년이 걸리지만 서 프로는 2년 만에 마쳤다. 서 프로는 “중, 고교 재학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넌 선생님 체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서 “교습가의 삶을 추구하기로 작정한 뒤엔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는데 몰두했다”고 말했다.

LPGA T&CP의 실질적인 최고 등급까지 오른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서 프로는 “메이저대회 출전이란 목표를 접었고 교습가로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면서 “그렇기에 여기서 만족할 순 없고, 4대 교습가 상을 모두 받아 마스터 프로페셔널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4대 교습가 상은 ‘올해의 교습가’, ‘올해의 프로페셔널’, ‘올해의 코치’, ‘올해의 주니어 골프 리더십’. 교습가는 레슨 능력, 프로페셔널은 비즈니스 능력, 코치는 선수 혹은 선수를 지향하는 이들을 성장시키는 능력, 주니어 골프 리더십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평가받는다. 앞서 올해의 교습가, 프로페셔널로 선정된 서 프로에게 남은 건 올해의 코치와 올해의 주니어 골프 리더십.

물론 마스터 프로페셔널이 되기는 무척 어렵다. 클래스 A 취득 후 10년 동안 골프 레슨, 골프 산업을 다루는 강의와 세미나에 주기적으로 참석해 공부하고 매년 보고서를 제출해야 마스터 프로페셔널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 이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으면 벌금, 자격 정지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또 논문까지 작성해야 하기에 마스터 프로페셔널에 다다른 이는 매우 적다. 한국인 중 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최혜영(57) 프로 뿐이다. 서 프로는 “국내에서 교습가는 먹고살기 위한 직업, 선수로 빛을 보지 못해 레슨의 길을 선택하는 것으로 분류된다”며 “교습가에 대한 잘못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서 프로는 성인부터 아이까지. 그리고 프로를 지향하는 선수들도 모두 가르치고 있다. 서 프로는 “교습가의 눈높이를 보는 게 아니라 지도받는 사람의 눈높이에 교습가가 맞춰야 한다”며 “다양성,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레슨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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