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새벽에 보았다, 솟아오르기 위해 꿈틀대고 있는 그대의 에너지를. 난 느꼈다, 잔잔하면서도 거대해지는 그대의 숨결을.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난 새벽에 보았다, 솟아오르기 위해 꿈틀대고 있는 그대의 에너지를. 난 느꼈다, 잔잔하면서도 거대해지는 그대의 숨결을.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누구나 다 여행을 떠나지는 못한다.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마음에 걸리는 많은 것을 훌훌 내려놓고서야 태국으로 향했다. 일과 여행을 겸해 갈 수 있게 돼 그나마 위안이 됐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자리를 비울 5일 동안의 일을 미리 처리해야 했다. 떠나면서 몇 번 생각하고 확인해도 뭔가 빠진 것 같고 번잡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떠난 태국에서의 첫날 아침, 수많았던 걱정과 노파심이 모두 사라졌다. 결국 여행은 비움이다. 그 비움을 통해 다시 채움이다. 여행은 우리 인간에게 무한한 창조와 에너지를 재충전해 준다. 또 새로운 나와 또 다른 문화에 대한 깨달음과 배움을 가져다준다.

무조건 더울 것이란 생각으로 온 이곳은 예상보다 선선했다. 우리나라에만 이상기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도 이상기온이 있었다.

매일 아침 흐리고 바람이 불어 여름 복장으로는 추웠다. 바람막이와 한국에서 가져온 스웨터를 입고 나서 플레이했다. 그렇게 한참을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더워졌다. 이곳 역시 한국이나, 한국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한국보다도 한국 음식이 더 풍성하게 나왔다. 상추를 크게 싸서 입안 가득 밀어 넣었다. 정말 “맛있다”고 감탄하고 있을 때 식당 창가 너머로 동반한 캐디들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작은 계단에 4명이 모여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2명은 컵라면이, 또 다른 1명은 집에서 가져온 주먹밥이, 또 다른 1명은 바나나가 전부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바람 부는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 점심이 아닌 허기를 채우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었다.

“다음에 올 때는 한국에서 컵라면이나 과자, 비스킷 등을 사와야겠어요.” 네 명 모두 끄덕였다. 그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을 통해 우린 나눔을 배우고, 그들은 우리를 통해 삶을 해결해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행은 ‘훈장보다 나은 값진 스승’이라고 했다.

동반했던 지인께서 여행 후 문자를 보내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골프에 대한 새로운 흥미가 생겼고, 삶에 활력을 찾았단다. 아울러 아내와도 많이 이야기하고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조지 무어는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조지 무어가 말한, 집에 와서 찾게 되는 필요로 하는 것이란, 바로 ‘사랑’일 것이다. 골프 여행을 통해 보고, 느끼고, 깨닫고 다시 돌아와 살아가는 데 있어 진정한 삶의 향기가 묻어난다면 더 바랄 것이 있을까.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참맛이 아닐까 한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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