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추돌사고 목디스크 부상
한달 병원 신세후 1년간 재활
겨우 라운드 나갈 상태 됐을 무렵
中출장길 사고로 같은 부위 다쳐
다시 피나는 재활끝 클럽 잡게 돼
“골프 할수있다는 것 하늘에 감사
거리 줄었지만 티샷 200m 보내”
유제황(53) ㈜한일티앤씨 대표의 골프 스토리 ‘주제’는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뚝심과 끈기다.
유 대표는 2년 새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2번이나 경험했다. 사고 때마다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1년 동안 정상 생활이 어려운 중상이었다. 사고 후유증으로 골프에 치명적인 목 디스크가 발병했지만, 1년여의 재활 과정을 거쳐 필드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유 대표는 지난 2008년 공장이 있는 강원 원주시 문막공단으로 가던 중 고속도로 추돌사고로 차가 뒤집혀 목을 크게 다쳤다. 경추 4, 5번 디스크가 사고충격으로 튀어나와 팔을 움직이지 못했다. 의료진으로부터 목숨을 건진 게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꼬박 한 달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을 만큼 큰 사고였다. 1년 동안 재활하면서 골프채를 한 번도 잡지 못했다. 간신히 골프채를 다시 들 수 있을 정도로 호전돼 골프장에 다시 나간 지 1년쯤 지났을까. 유 대표는 중국 출장길에 고속도로에서 또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상 부위도 2년 전 사고 때와 같았다. 팔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찾아와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한 달 동안 입원한 뒤에도 10개월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현대지식산업센터에서 만난 유 대표는 “지금처럼 무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하며 산다”고 말했다. 첫 사고 후 의사는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수술을 권유했다.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면 쉽게 통증을 가라앉히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유 대표는 재활을 선택했다. 두 번째 사고를 당하고 보니 인공디스크 대신 치료와 재활 과정을 거친 게 천만다행이었다. 유 대표는 “두 차례 교통사고로 목을 심하게 다쳤지만 꾸준한 치료와 재활 덕분에 다시 골프채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2002한일월드컵이 열렸을 무렵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하면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유 대표는 민물낚시 애호가였지만 골프를 익힌 뒤부터는 주말이면 낚시터가 아닌 골프장에 갔다. 집 근처 연습장에서 골프 기량을 다듬었다. ‘민폐’ 끼치지 않고, 망신당하지 않는 수준이면 되겠다 싶어 보기 플레이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새벽부터 현장을 찾아가야 하기에 연습장에 한 달에 2∼3일도 나가기 힘들었다. 반면 골프장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갔고 실전으로 스윙을 익혔다. 사실상의 독학이었던 셈. 골프 입문 2년 만에 경기 용인의 태광 골프장에서 첫 싱글패를 받았다. 10번 나가면 절반 정도는 70대 스코어를 유지했다.
유 대표는 회사 창립 20년도 안 돼 무대장치 설치 업계 1위로 성장시켰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현장에서 늘 답을 찾는다. 창업 초기엔 무척 힘들었다. 유 대표는 조명기구업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부도로 직장을 잃었다. 여의도 63빌딩 무대조명 공사, 예술의전당과 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기술 전문기업을 꿈꾸며 1998년 창업했다. 하지만 출발은 보잘것없었다. 보증금 없는 월세 20만 원으로 겨우 자리를 얻었고 직원은 2명뿐이었다. 대부분의 무대 기계 업체들이 직접 제작하지 않고 외주 가공에 의존했기에 유 대표는 직접 시공으로 기술을 쌓아 회사를 키울 심산이었다. 기술력을 믿고 뛰어다녔지만 기존 업체들의 텃세, 신생업체로서의 자금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창업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거리를 맡았을 만큼 고생이 심했다. 유 대표는 “당시 560만 원짜리 공사를 수주했지만 수십억 원짜리 발주보다 더 기뻤다”고 기억했다.
유 대표는 기술개발과 사람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강원 원주시에 연구·개발 위주의 공장을 건설했다. 업계 대표주자가 된 유 대표는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 3개분과 중 무대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예술의전당 토월홀, 제2롯데월드 컨벤션 연회장 무대를 비롯해 롯데시네마, 방송국 스튜디오, 천안아트센터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된 무대 시설이다. 유 대표는 “무대장치는 첨단 기술과 함께 안전성이 최우선적으로 담보돼야 한다”며 “무대라는 특성 탓에 정형화된 틀이 없고, 주문자 의도나 성향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요즘 주 2회 정도의 라운드를 즐기며 70대 스코어를 자주 남긴다. 사고 후엔 풀스윙조차 어려웠고, 비거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근육량이 줄어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쉽게 뭉쳤고, 피로도 쉽게 찾아왔다. 사고 전에는 하루에 45홀까지 돌아본 적도 있지만, 이젠 18홀을 도는 것도 빠듯하다. 사고 전 드라이버로 240m를 날리던 파워는 되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남들 보내는 수준’인 200m 정도는 보낼 수 있다. 유 대표는 “비거리가 준 대신 샷은 정교해졌다”면서 “이래서 골프는 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페어웨이 우드나 하이브리드 사용 빈도가 늘고, 그린을 놓쳐 짧은 아이언이나 웨지를 자주 들다 보니 쇼트게임 능력이 향상됐다”고 귀띔했다. 유 대표는 자신의 골프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실전 테스트를 통해 2012년 주니어를 가르칠 수 있는 티칭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유 대표는 “목디스크로 볼펜조차 들 수 없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면서 “사고로 두 번이나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에 건강하게 골프를 즐긴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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