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생물과 같아서 시대에 따라 성격이나 쓰임새가 바뀌기도 한다. 품사가 바뀌거나 의미가 바뀌기도 한다는 말이다. 최근 공개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3분기 주요 수정 내용이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낡다, 잘생기다, 잘나다, 못생기다, 못나다는 품사가 형용사에서 동사로 바뀌었다. 그림씨를 움직씨로 바꿨다니 선뜻 동의하긴 어려운 일이나, 사람의 성 전환과 비교할 만하다. 찬반을 둘러싼 학자들의 논란은 좀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빠지다와 생기다, 터지다는 보조형용사에서 보조동사로 품사 전향을 했다. 그 밖에 표제어로 추가되거나 수정된 용어도 있다.
표제어나 품사 수정보다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다. ‘미망인(未亡人)’의 뜻풀이이다. 이전에는,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가 스스로를 이르던 말이었다.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본래의 의미를 버리고, ‘남편을 여읜 여자’로 풀이를 바꾼 것이다. 미망인이라는 말은 전제왕조 시대의 순장(殉葬) 문화에서 유래한 용어로 추정된다. ‘(남편을) 따라서 죽지 못한’ 여성이 스스로를 낮춰 부르던 겸칭(謙稱)이라는 점이 그 방증이다. 국어사전에도,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는 각주가 붙어 있다. 비록 뜻풀이가 바뀌기는 했지만, 제3자가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심한 욕이 된다.
국어원의 공식 사전 수정 작업 말고도 용어의 쓰임새 변신은 일어난다. 최근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해 유행하는 일취월장(日就月將)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다. 고전 ‘시경’에서 인용한 말이다. 나날이 다달이 자라거나 발전함을 일컫는다. 일진월보, 일신우일신, 괄목상대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누리꾼들은 새로운 뜻풀이를 해서 퍼 나르는 중이다. ‘일찍 취업해 월급 모아서 장가(시집)가자’는 뜻으로. 자소서란 줄임말로 통하는 자기소개서를 수백 장씩 써도 취직이 어려운 현실에서 그들의 소박한 꿈을 엿볼 수 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젊은이들의 꿈도 왜축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조적인 말을 만들거나 새로운 뜻풀이를 입혀 서로 주고받으며 위로하기도 한다. 부디 새해 2018년은 젊은이들이 ‘일·취·월·장’ 소망을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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