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붙잡고 “방금까지 통화
2층에 살아있어요” 소리쳤지만
늦은 밤 싸늘한 시신과 마주해
윤창희(54) 씨는 21일 오후 4시쯤 아내 정모(56) 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윤 씨는 ‘근처에 불이 나서 아내가 구경하고 있나’ 하고 태평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윤 씨의 부인은 “여기에 불이 났다. 빨리 오라”고 울부짖었다.
윤 씨는 아내가 목욕탕으로 자신을 태우러 오라는 걸로 이해했다. 화재 현장에 갇혀 있으리란 생각은 이때까지도 못했다. ‘아니 자기도 차 몰고 갔으면서 왜 나한테 데리러 오래’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서 차를 타고 출발했다. 공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 근처에 도착해서 치솟는 화염과 연기를 보면서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이미 현장은 아수라장. 자동차가 제대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윤 씨는 근처에 차를 대고 뛰기 시작했다.
4시 21분. 아내와 다시 전화가 연결됐다. 아내는 윤 씨에게 “숨 쉬기 힘들고 아무것도 안 보여” “가스가 올라와서 숨을 못 쉬겠어”라고 했다. 그게 아내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 줄은 몰랐다. 윤 씨는 “유리창을 깨라. 유리창을 깨서 나와라”라고 외쳤지만,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4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윤 씨는 소방관들을 붙잡고 소리쳤다. “2층에 사람이 있어요. 방금까지 통화했어요. 안에 사람이 살아 있어요.”
하지만 소방관의 화재 현장 진입은 쉽지 않았다. 윤 씨는 건물에서 빠져나온 목욕탕 세신사를 보고, ‘분명 아내도 빠져나왔을 거야’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헛된 희망이었다. 윤 씨의 아내는 오후 11시쯤 싸늘한 시신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윤 씨는 “이제 고등학교에 막 올라가는 딸이 있다”며 “딸 하나 남겨놓고 가버렸다”고 울먹였다.
숨진 정 씨는 노블휘트니스 앤 스파가 리모델링되기 전 두손스포리움 때부터 이곳을 즐겨 찾곤 했다. 윤 씨는 “아내는 목욕탕에 사람이 제일 없을 시간이라 편하다고, 이때 목욕탕에 다녀오면 하교하는 딸을 맞이할 시간이 딱 된다고 하면서 이 시간대에 목욕탕에 가곤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제천 =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2층에 살아있어요” 소리쳤지만
늦은 밤 싸늘한 시신과 마주해
윤창희(54) 씨는 21일 오후 4시쯤 아내 정모(56) 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윤 씨는 ‘근처에 불이 나서 아내가 구경하고 있나’ 하고 태평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윤 씨의 부인은 “여기에 불이 났다. 빨리 오라”고 울부짖었다.
윤 씨는 아내가 목욕탕으로 자신을 태우러 오라는 걸로 이해했다. 화재 현장에 갇혀 있으리란 생각은 이때까지도 못했다. ‘아니 자기도 차 몰고 갔으면서 왜 나한테 데리러 오래’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서 차를 타고 출발했다. 공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 근처에 도착해서 치솟는 화염과 연기를 보면서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이미 현장은 아수라장. 자동차가 제대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윤 씨는 근처에 차를 대고 뛰기 시작했다.
4시 21분. 아내와 다시 전화가 연결됐다. 아내는 윤 씨에게 “숨 쉬기 힘들고 아무것도 안 보여” “가스가 올라와서 숨을 못 쉬겠어”라고 했다. 그게 아내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 줄은 몰랐다. 윤 씨는 “유리창을 깨라. 유리창을 깨서 나와라”라고 외쳤지만,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4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윤 씨는 소방관들을 붙잡고 소리쳤다. “2층에 사람이 있어요. 방금까지 통화했어요. 안에 사람이 살아 있어요.”
하지만 소방관의 화재 현장 진입은 쉽지 않았다. 윤 씨는 건물에서 빠져나온 목욕탕 세신사를 보고, ‘분명 아내도 빠져나왔을 거야’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헛된 희망이었다. 윤 씨의 아내는 오후 11시쯤 싸늘한 시신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윤 씨는 “이제 고등학교에 막 올라가는 딸이 있다”며 “딸 하나 남겨놓고 가버렸다”고 울먹였다.
숨진 정 씨는 노블휘트니스 앤 스파가 리모델링되기 전 두손스포리움 때부터 이곳을 즐겨 찾곤 했다. 윤 씨는 “아내는 목욕탕에 사람이 제일 없을 시간이라 편하다고, 이때 목욕탕에 다녀오면 하교하는 딸을 맞이할 시간이 딱 된다고 하면서 이 시간대에 목욕탕에 가곤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제천 =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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