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총체적 人災’

소방당국 “주차장 차에 막혀
제대로 자리잡는데 시간걸려”
인근 청소차량이 먼저 구조
미숙한 화재 초기대응 논란

불타기 쉬운 건물외장재 사용
도로폭 좁아 소방차 진입 난항
소방장비 노후화도 개선안돼


사망자만 29명이 발생한 충북 제천 복합상가 화재 참사가 소방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현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초 신고 접수 7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사다리차 설치와 내부 진입 방법 등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출동 즉시 유리창만 깼어도 구조할 수 있었던 2층에서만 20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민간 청소업체의 사다리차는 3명을 구조했지만, 소방 사다리차는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을 빼앗겨 1명을 구조하는 데 그쳤다.

21일 29명이 사망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민간업체 사다리차(검은색 사다리)와 소방서 사다리차(흰색 사다리)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독자 김종화 씨 제공
21일 29명이 사망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민간업체 사다리차(검은색 사다리)와 소방서 사다리차(흰색 사다리)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독자 김종화 씨 제공

22일 소방당국과 제천시 등에 따르면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초기 대응 문제점이 이번 화재에서도 반복됐다. 21일 오후 3시 53분 최초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구조를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데엔 30~40분이나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 타임’을 흘려보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주차된 많은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에 필요한 7~8m의 도로 폭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제천소방서는 약 27m 높이의 굴절 사다리차를 현장에 보냈지만 기계 이상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바람에 구조 작업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인근에서 작업을 하다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간 청소업체 소유 사다리차가 8층으로 피신한 3명을 구했고, 정작 소방당국의 굴절 사다리차는 뒤늦게 1명을 구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 관계자는 “1층 주차장에 있는 LP가스 탱크 폭발 우려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고 사다리차는 인명을 구조하고 옥상에 방수까지 한 이후에 이상이 발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장비 부족 및 노후화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되고 있지만, 이번 현장에서도 장비 고장이 발견되면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화재 지역을 관할하는 제천소방서는 사다리를 갖춘 고가차 1대와 굴절차 1대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천 지역에 아파트가 69곳이나 되고 복합건물이 100개 가까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 2015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당시 불이 급속하게 번졌던 원인이 재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가 난 건물은 2011년 7월 제천의 하소동 중심에 완공됐으며 제천에서 가장 큰 복합스포츠센터가 들어서 있었다. 건물 2~3층에는 목욕탕이, 다른 층에는 음식점 등이 입주한 다중이용시설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곳곳에 건물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유동인구와 교통량이 늘어났지만 도로 폭은 왕복 2차선으로 좁아 교통정체와 주차난이 불가피한 지역적 특성도 피해를 키웠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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