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넘는 패키지 인기

미국 국적 아이를 갖기를 원하는 중국 여성들에게 서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이 ‘원정 출산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여성들이 사이판을 찾는 이유는 미국령 중에서 유일하게 45일 동안 무비자 관광 입국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판은 2009년부터 이 같은 무비자 관광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여성들에게 미국 본토 로스앤젤레스가 원정 출산지로 큰 인기를 모았지만 2015년 미국 이민 당국이 비자 위조 등을 통한 원정 출산에 철퇴를 가하면서 사이판이 새롭게 부상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사이판으로 원정 출산을 온 중국 여성들은 2009년 9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200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72명으로 급증했다. 미국 당국은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 출산을 온 외국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하지만 중국 여행사들은 2012년에만 1만 명의 중국 여성들이 미국을 찾은 것으로 추정했다.

사이판이 이처럼 ‘합법적’인 원정출산지가 된 것은 사이판 경제의 72%가 관광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上海)나 광저우(廣州)에서 4∼5시간이면 올 수 있는 사이판의 중국 관광객 비중은 36%에 달한다. 중국 여행사에서 팔고 있는 사이판 원정 출산 패키지 상품은 5만 달러(약 54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산층 이상의 중국 가정이어야 이 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중국 여행사들은 사이판 현지 중국인들과 연계해 숙박, 통역, 병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사이판에서 통역 일을 하면서 원정 출산 온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한 중국인은 “중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잉 원정 출산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원정 출산을 온 중국 여성들이 비자 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사이판 의사들이 산모의 병력을 잘 몰라 한 중국 여성이 출산 중 사망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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