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알렉스 풀린은 고된 훈련에 지칠 때면 고향인 시드니로 돌아와 서핑을 즐긴다. 알렉스 풀린 인스타그램
호주의 알렉스 풀린은 고된 훈련에 지칠 때면 고향인 시드니로 돌아와 서핑을 즐긴다. 알렉스 풀린 인스타그램
■ G-49

- 호주 스노보드크로스 국가대표 알렉스 풀린

시드니엔 연습장소 별로 없어
눈 있는 지역 찾아 세계 여행

훈련 지칠땐 서핑으로 ‘힐링’
월드컵 1·2차 우승 ‘상승세’

호주가 꼽는 ‘평창金 1순위’
유연성·균형 감각 최대 강점

FIS “가장 자유로운 선수”

겨울엔 스노보드, 여름엔 서핑.

호주의 알렉스 풀린(30)은 보드 없인 못 산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게다가 서핑에서도 수준 높은 실력을 뽐낸다. 풀린은 호주 빅토리아주 맨스필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시드니에서 보냈다. 가장 처음 접한 레포츠는 서핑. 친구들과 시드니 해안의 거친 파도를 가르는 것이 그의 유일한 취미였다. 풀린의 부모는 ‘서핑의 도시’ 시드니에서 작은 스키용품점을 운영했다. 9살 꼬마 풀린은 부모가 운영하는 스키용품점에서 놀다 운명처럼 스노보드를 손에 쥐었고, 지금은 세계정상급으로 성장했다.

풀린이 스노보드에 빠지자 가족은 1년 내내 ‘눈이 있는 지역’을 찾아다니는 등 전폭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풀린은 “시드니엔 스노보드를 연습할만한 장소가 별로 없다”며 “우리 가족은 항상 눈을 찾아 여행을 떠났고, 나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설명했다.

풀린은 고된 훈련에 지칠 때면 고향인 시드니로 돌아와 서핑을 즐겼다. 풀린은 “시드니 바다는 내겐 안식처”라며 “스노보드로 받은 스트레스를 서핑으로 풀곤 했다”고 말했다.

풀린은 겨울만 되면 작아지는 호주가 꼽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후보 1순위. 호주는 동계스포츠 불모지다. 지구 남반구에 위치해 눈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 호주는 1936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동계올림픽부터 참가했지만, 첫 메달은 58년이 지난 1994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에서 획득했다. 호주는 당시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호주는 동계올림픽 통산 금메달 5개, 은 3개, 동 4개 등 총 12개 메달을 획득했으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호주가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의 종합 15위(금메달 2개)다.

풀린은 22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체르비니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크로스 월드컵 5차 대회 예선에서 46초 96으로 전체 79명 중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스노보드크로스는 4∼6명을 1개 조로 편성해 다양한 지형지물로 구성된 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종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예선에선 출전선수 중 남자부는 40명, 여자부는 24명이 기록 순서대로 결선에 진출하며, 결선은 1개 조를 4∼6명으로 구성해 상위 2∼3명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풀린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17위, 소치동계올림픽 13위에 머물렀지만, 지난 9월 월드컵 1, 2차 대회를 연이어 석권하며 평창동계올림픽 복병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월드컵 세계랭킹 1위.

풀린은 스스로를 ‘얼간이(chump)’로 칭한다. 독특한 캐릭터. 다듬지 않은 머리와 수염은 트레이드마크다. 185㎝, 87㎏의 스노보드 크로스 선수치고는 건장한 체격과 히피를 연상시키는 패션으로 주목을 받는다. FIS 홈페이지에는 풀린에 대해 “스노보드 선수 중 가장 긍정적이고 자유로운 인물”이라고 소개할 정도. 이력도 특이하다.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풀린은 여동생, 친구들과 밴드를 구성해 음악 활동을 겸하고 있다. 풀린은 “음악, 로큰롤은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마술 같은 매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선수 풀린의 가장 큰 장점은 서핑으로 갈고닦은 유연함과 균형 감각. 게다가 승부욕이 대단하다. FIS는 “원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풀린에게 욕심이 생긴 것 같다”며 “기술적으로도 완숙미를 더해가고 있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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