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참사가 또 발생했다. 충북 제천시의 8층 건물에서 21일 오후에 난 불로 22일 오전 현재 29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중 이용 시설이 밀집한 건물에 대한 방재(防災) 관리에서부터 구조 작업에 이르기까지 민·관(民官)의 총체적 부실이 키운 인재(人災)임이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의 문제점이 과거 사고 때마다 제기된 것들이어서 ‘안전 한국’은 여전히 공허한 구호일 뿐임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더욱이 해당 건물은 건축법에 따라 지정된 ‘방화 지구’에 있다. 방화 유리·창호 설치 등과 함께 외벽의 내화(耐火) 재료·구조가 법적 의무다. 그런데도 지난해 10월에 리모델링한 건물 외벽은 불쏘시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난 2015년 1월 10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사망 5명, 부상 125명 등에 이른 ‘도시형 생활아파트’ 화재 당시에도 위험성이 지적됐던 외장재다. 그 후로는 6층 이상 모든 건축물은 외장재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도록 법령에 규정했으나, 이 또한 외면됐다. 감독 관청도 나 몰라라 했다.

그러잖았다면,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지도, 유독 가스로 가득 차지도 않았을 것이다. 좁은 도로를 점령한 불법 주차 차량들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는 것도 화재 때마다 거의 다르지 않다. 소방차의 사다리를 펴는 일도 공간 확보를 못해 지체되고, 민간 이삿짐센터 사다리차가 동원돼 3명을 구조한 현실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사실 등과 함께 어이없는 안전 불감증의 반영이다. 사우나 이용객들의 소지품 보관용 철제 상자들이 비상구 입구를 막아 탈출이 더 어려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참사에 직면했을 때만 호들갑을 떨다가, 오래지 않아 다시 민·관 모두 ‘설마’ 하는 ‘재해 무(無)방비’로 되돌아가서는 참사의 끝없는 반복을 자초하게 마련이다.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 엄중 문책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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