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1월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불참하겠다고 주최 측인 대한상공회의소에 통보했다고 한다. 1962년 시작된 이 행사는 정·재계 인사와 주한 외교사절 등 1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형 이벤트로, 여기서 대통령이 새해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밝히고 덕담을 나누는 것은 반세기 이상 이어진 관례다. 민·관(民官)이 합심해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상징적 자리이기 때문이다. 단 세 차례 대통령이 불참한 경우가 있지만, 1984년은 아웅산 사태, 지난해는 탄핵 여파, 2007년엔 직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재계 인사를 따로 면담했다는 이유 등이 있었다. 임기 첫해 불참은 더더욱 전례 없는 일이다.

관례도 시대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내세우는 불참 사유는 공감하기 어렵다. 문화·과학·종교 등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내세우지만 억지에 가깝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런 고심을 하지 않았겠는가. 문 정부의 정책 중에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게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런 자리를 활용해 설득하고 상호 이해도 높일 필요가 있다. 현 정권의 기류로 볼 때 의도적인 경제계 격하로 비친다. 재계 역시 문 정부 출범 후 기업과의 소통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년 전 스스로 정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돌연 뒤집어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404만 주를 추가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업인들을 일방적으로 오라 말라 한다.

문 정부가 경제활력을 유지·확대하려면 혁신성장 외 다른 길이 없는데, 기업이 주축이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식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이 미래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놓고 일대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부·기업 간 협력도 더 절실해지고 있다. 미국에선 정부의 파격 감세에 기업들이 임금 인상 등으로 화답하고 있다. 한 나라의 혁신과 성장은 이런 분위기에서 분출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2018년 경제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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