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배우 氣살리기

- 영화 ‘1987’ 연희役 김태리

한국 민주화 분수령 1987년
뜨겁게 살아낸 사람들 이야기

데뷔 초부터 굵직한 大作행보
“관객이 공감할진 모르겠지만
그시대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
분명 뭔가 얻어갈수 있는 영화”


“연기를 하며 매 순간 괴로워요. 이렇게 괴로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요.”

충무로에서 여배우 중심 영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데뷔작부터 굵직한 대작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태리의 연기 동력은 자신에 대한 쉼없는 채찍질이다. 첫 영화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당찬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계의 관심을 모은 그의 4번째(개봉 순으로는 세 번째) 주연작 ‘1987’(감독 장준환·사진)이 27일 관객과 만난다. 이 영화는 한국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1987년을 뜨겁게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해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은폐하려는 대공수사처장과 부검을 강행하려는 검사, 세상에 알리려는 기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김태리는 세상이 바뀌는 현장을 목도하는 87학번 새내기 대학생 연희 역을 맡아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 강동원 등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밝혔다. ‘아가씨’ 이후 기회가 많아져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러 감독님이 보자고 하는데 다작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연기가 마무리 될까봐 무섭기도 하고요. 그래서 좋은 시나리오를 골라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책이나 영화를 보고 ‘이건 좋다’고 느끼듯 시나리오도 다 읽고 덮으면 객관적인 느낌이 들어요. 그게 첫 번째 작품 선택 기준이에요. 두 번째는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하며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요. 물론 감독님이 제가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저를 선택해주시는 게 먼저지만요.”

그는 자신이 맡은 연희 캐릭터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았지만 엔딩 장면이 인상 깊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공인물인 연희는 여러 일을 겪으며 극적으로 변화하게 되고, 마지막에 달라진 생각으로 사회를 바라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영화적 힘이 크다고 느꼈어요. 실화라고 하면 편견을 가질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게 시나리오가 쓰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희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관객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어요.”

영화 출연 전에는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연기한 게 다인 그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을 개성 있게 보여주며 영화의 맛을 한껏 끌어올린다. 타고난 재능으로 쉽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고민을 달고 다닌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특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성장해 가며 뭔가를 깨쳤으면 그걸 써먹으며 뿌듯해야 하는데 매 순간 한계만 보여요. 제가 잘한 건 안 보이고, 부족한 점만 보여요. 그래도 칭찬을 받으면 좋고요(웃음).”

이 영화 출연 배우 중 유일하게 1987년 이후에 태어난 김태리는 “무언가를 분명 얻어갈 수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연희를 연기하며 희망을 느꼈어요. 모든 관객이 저처럼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 거예요. 또 슬픔을 이겨낸 용기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깊이 각인될 거고요.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치열하게 고민하며 오래 연기자로 남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고 답했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이거 하나뿐이다’라고 생각이 환기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연기를 언제 때려치울지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래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도망쳐야겠다고 확신이 서면 그땐 다른 고민을 해야겠죠(웃음).”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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