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으로 죽이나 시루떡을 만든 것은 붉은색의 팥이 액(厄)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팥죽은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아니다. 중국 창장(長江)강 중류 형초(荊楚) 지역의 7세기경 연중세시기인 ‘형초세시기’에 동짓날 팥죽을 쑤어 역귀(疫鬼)를 물리쳤다는 데서 유래했다. 신화 속 인물인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 역귀가 됐는데, 그가 붉은 팥죽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다는 것이다. ‘형초세시기’가 고려 말에 전해지면서 한반도에서도 동지 때 팥죽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
먹거리가 귀했던 과거에 동지팥죽은 맛이 기막힌 간식거리였다. ‘배꼽은 작아도 동지팥죽은 잘 먹는다’는 속담이 유래했을 정도다.
우리 조상은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불렀다. ‘동지첨치(冬至添齒)’라 하여 동지팥죽을 먹어야 비로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겼다. 동지팥죽에 자기 나이대로 새알심을 넣은 것은 그래서다. 새알심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작은 새알만 한 크기로 둥글게 빚은 것으로, 맛을 더하기 위해 꿀에 재우기도 한다.
옛사람은 동지가 지나면 태양이 죽음에서 깨어난다고 봤다. 동지 뒤에 세상은 새해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에도 새 마음 든다’는 속담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팥을 생강·귤과 함께 ‘12월의 식재료’로 선정했다. 팥은 콩과 ‘사촌’ 간이다. 콩은 대두(大豆·soybean), 팥(small red bean)은 소두(小豆)·적두(赤豆)·홍두(紅豆)로 불린다.
팥은 콩 다음으로 중요한 콩과 식물이지만 연간 1인당 소비량은 0.6㎏ 정도에 그친다. 그나마 해마다 소비가 줄고 있다. 팥에 비타민 B1·사포닌·안토시아닌·식이섬유 등 4대 웰빙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팥의 인기 하락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피로·스트레스 해소에 유익한 비타민 B1이 곡류·콩류 중 가장 많이 든 것이 팥이다. 이 비타민은 당질(탄수화물) 대사를 도와 신체에 활력을 주고 피로를 풀어주며 신경을 안정시킨다.
사포닌은 ‘부기 제거약’이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팥에 부종을 없애는 힘이 있다’고 쓰여 있다. 사포닌은 팥을 우려낸 물에서 거품이 일게 하는 성분이다.
안토시아닌은 팥의 껍질에 풍부한 붉은색 항산화 성분이다. 팥죽을 끓일 때 철제 냄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이르는 것은 안토시아닌과 철이 반응해 냄비가 검어질 수 있어서다. 식이섬유는 변비·비만 해소약이다. 팥의 식이섬유도 껍질 부위에 몰려 있다. 팥죽을 쑤기 위해 껍질을 벗기면 식이섬유의 웰빙 효과가 반감된다. 팥은 그 자체로는 전혀 달지 않다. 팥죽을 만들 때 설탕과 소금을 약간 넣는 이유다.
‘동지섣달 긴긴밤에’ 자는 도중 땀을 유독 많이 흘린다면 베개 속에 팥을 넣는 것이 방법이다. 팥이 열을 내려주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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