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성 상품판매 금지 이후
베이징서도 비자 신청 거부

“여유국이 정부 눈치 보는 듯
평창 상품 모객 엄두도 못내”


지난 25일 오후 중국 최대 국영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의 베이징(北京) 시내 싼위안차오(三元橋) 지점 주변은 한산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여직원에게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취급하는지 물어보니 “한국행 단체관광 문의가 들어오지 않고 있고, 팔고 있지도 않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국제여행사 본사 직원도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2개월 동안은 한국 여행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말 베이징과 산둥(山東)성에 한해 오프라인 방식의 유커(중국인 관광객)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던 중국 정부의 방침이 최근 ‘유턴’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산둥성 여유국(旅遊局)이 회의를 열어 현지 중국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의 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이런 분위기가 베이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여유국은 26일 대형 여행사를 중심으로 회의를 개최하는데, 한국 단체관광 문제가 안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회의이고 공식 발표도 하지 않는다.

베이징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베이징에서도 한국행 단체관광 비자 신청이 여러 곳에서 거부됐고, 산둥성의 상황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지 여행사들은 베이징도 단체관광 재금지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도 “국가여유국이 정부의 지침을 알고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싼위안차오 지점 앞에서 만난 왕진둬(王金鐸·44) 씨는 “중국을 감시할 수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그대로 한국에 있는 상황에서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요즘 베이징 사람들은 미국·캐나다·싱가포르·베트남 등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최근 유커 한국 관광 속도 조절 흐름에 대해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베이징 이외 지역 중소형 여행사들까지 과도하게 한국 관광객 모집에 나서면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이후 한국 언론의 중국 ‘홀대론’이나 최근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넘어 불법 조업한 중국 어선들에 한국 해경이 발포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한 산둥성 회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중국 여행사들은 알아서 먼저 한국행 상품을 팔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중국국제여행사 홈페이지에 한국 상품은 전혀 없었고, 한국으로 검색해도 관련 상품이 전혀 뜨지 않았다. 지난주까지 1월 초에 출발하는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팔았던 중국청년여행사 홈페이지에서도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은 사라졌다. 한국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면 엉뚱하게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관광 상품들이 떴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관광 분위기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국 독점 판매사에서 동계올림픽 입장권을 팔고는 있지만 주로 기업 고객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여행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가 있는 평창 관련 관광상품 판매나 모객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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