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게이트’ 美이어 이스라엘 등 집단소송 확산

“소비자 위한 조치” 해명에 싸늘
피해자들 “불필요한 비용 부담”
1건 배상 판결에도 전체 보상

“고객 기만 … 치명상 입을 듯”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린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고 미국의 정보기술(IT) 미디어 테크크런치 등이 25일 보도했다. 며칠 새 미국 전역에 걸쳐 4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이스라엘 고객들도 소송에 가세했다. 캘리포니아주(州)의 아이폰 이용자 2명이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에 집단소송을 냈고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에도 별도의 소송이 접수됐다. 일리노이·오하이오·인디애나·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 5명도 시카고 연방지법에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뉴욕주에 거주하는 2명도 뉴욕주 상법 349조와 350조를 위반했다면서 집단소송에 가세했다.

집단소송은 다른 국가로도 번질 조짐이다. 이스라엘 고객 2명은 이날 애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텔아비브 법원에 제기했다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소비자 보호법을 어기면서 고객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고객은 “배터리를 바꾸기만 하면 아이폰 성능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신형 아이폰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플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했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은 원고가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연쇄적인 집단소송 가운데 한 곳에서라도 배상 판결이 나면 애플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잇단 집단소송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일부 이용자가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아이폰의 속도가 느려지도록 운영체제(iOS)를 변경했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애플은 지난 20일 아이폰6·6S·SE의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을 막고자 성능 저하 기능을 도입했다고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배터리 성능 저하에 따른 부작용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주장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위기에 처했다”며 “소비자들의 충성과 긍정적 인식 위에 세워진 애플로선 치명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신뢰성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애플은 지난해 9월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을 그해 10월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별다른 이유 없이 출시를 두 달 미뤘다. 또 올해에는 인공지능(AI) 스피커 ‘홈팟’ 출시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X(텐)을 출시하면서 부품을 제대로 조달받지 못해 고객들이 제품을 받기까지 5∼6주씩 기다리게 했다.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월 애플이 아이폰8을 출시한 직후 세계 곳곳에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른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자 애플은 지난 10월 초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도 애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기능을 저하시킴으로써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경우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했다는 측면에서 ‘기만’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내 회사들의 경우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될 경우 절전 모드나 안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종료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회경·임정환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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