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백제’ 발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허허벌판에 서서 백제 문화의 독자성이나 국제성을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그렇다고 부족한 볼거리를 채워 줄 상징적인 조형물이나 기념비적인 건물을 복원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제 뭔가 다른 방법으로 백제를 만나야 한다. 적어도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백제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유적이나 유물을 마주하면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백제를 관조할 필요가 있다.”
이병호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이 구체적인 유적이나 유물을 마주하며 거시적 시각으로 백제 이야기를 풀어낸 ‘내가 사랑한 백제’(다산초당·사진)를 내놨다. 저자는 백제 역사 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 사업’이 정부 국정 과제로 선정되는 등 백제가 중요 문화유산임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사료가 부족해 깊이 연구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백제의 유적과 유물도 파편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 관장은 이같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직접 유물을 조사하고 그 안에 숨겨진 역사를 밝혀내며 사료 중심의 백제사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생생한 백제 이야기를 풀어낸다. 유물과 유적을 연구한 결과를 오롯이 담고, 고고학, 미술사, 건축사를 넘나들며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백제사를 재조명함으로써 1400년 전 동아시아 국제 교류의 중심이었던 문화 강국 백제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한·중·일 유적과 유물 비교 연구로 백제가 고대 동아시아 국제 교류에서 단순히 문화의 경유지가 아니라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며 신라와 일본에 백제적인 불교문화를 전파한 중요 매개자 역할을 했다고 재평가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국립박물관에 근무하며 백제 역사를 복원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소조상으로 국보 제9호 정림사지 5층 석탑의 건립 시기를 추론하고 석탑 이전에 목탑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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