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이 2008년 10월 평양의대 소아병동 개원에 앞서 방북해 평양의대 의료진과 어린이 환자를 협진하고 있다.  신희영 부총장 제공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이 2008년 10월 평양의대 소아병동 개원에 앞서 방북해 평양의대 의료진과 어린이 환자를 협진하고 있다. 신희영 부총장 제공
의료 현실에 대한 조언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의과대학 교수)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의학계에 언젠가 큰 사고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처럼 의료보험 수가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병·의원에서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우리나라 환자들은 눈높이가 높아져 병원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정작 나갈 때는 여관비를 낸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병·의원에선 쓰던 주사기를 소독해 다시 사용하거나 수술 후 거즈 등 관련 용품을 아끼겠다며 최소한으로만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큰일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총장은 서울대 소아암 병동도 이국종 교수의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처럼 환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대 병원장들은 우리한테 환자를 조금만 받으라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 치료성적을 보고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물리칠 수 없어 최대한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최대한 많이 받다 보니 후배 의사들이 끼니를 거르면서 일하는 게 다반사다. 신 부총장은 미안한 마음에 자비로 컵라면 상자를 보내고 있지만, 의사들이 돈 걱정을 안 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사들이 정부에 급여 정상화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입니다. 의료보험이 처음 도입됐을 때 의사에게 불리하게 원가가 책정됐지만, 대신 특진비(선택진료비), 병실료 차액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정부가 ‘우리는 그런 거 모르겠다. 특진비, 병실료 차액 다 없애라’ 하면 병원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 겁니까? 이제 우리나라도 제값 주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 문화 정착이 필요합니다.”

신 부총장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수도에서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재난재해병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도쿄(東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에 위기 시 900병상을 운용할 수 있는 재난재해병원을 갖추고 있다.

“인구가 많은 도쿄에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그곳에서 환자를 볼 수 없어 인근 도시에 병원을 설치한 거죠. 만약 우리 수도 서울이 북한의 장사정포라도 맞았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서울 병원 응급실은 평상시에도 만원이라 환자를 받을 수 없어 환자들을 길에서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우리도 비행시설이 있는 수도 인근 도시에 재난재해병원을 만들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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