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저물어갑니다. 이맘때면 방송가는 한 해를 정리하느라 분주하죠. 특히 지상파 3사의 연말 연기·연예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벌써 대상 수상자를 점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취재하는 제게 통과의례처럼 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자기가 상 받는 거 알고 가는 거지?” 시상식 참석자들에게 수상 여부를 미리 귀띔해주냐는 궁금증이죠. 매번 “내가 어떻게 알아?”하고 귀찮은 듯 넘겨 버리지만 이 질문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적잖은 이들이 시상식을 ‘짜고 치는 고스톱’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굵직한 상의 수상자들이 불참하는 경우는 드문데요. 반면 고배를 마신 유력한 수상 후보는 불참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상식 참석자를 보면 수상자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오가거나 ‘참가상’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하죠.

그래서 몇몇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놓고 물어봤습니다. “수상 여부에 대한 언질을 받나요?” 대다수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이런 대답을 내놨죠. “들러리 서기 원하는 스타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슬쩍 물어도 100% 확신을 주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 다만 수상이 유력할 때는 ‘꼭 와야 된다’고 몇 번 강조하는 정도예요.”

하지만 대상 수상자로 거론되던 몇몇이 또 다른 유력 후보와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 확실하자 아예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 대상 경쟁에서 밀리면 최우수상이라도 받는 것이 마땅한데 이조차 거부하는 것이죠. 이런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곱씹을 만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유재석이 연예대상을 못받는다고 최우수상을 받는 거 본 적 있으세요? 대상보다 먼저 발표하는 최우수상 시상에서 유재석에게 상을 준다면 대상 시상은 정말 맥빠질 거예요. 후보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대상을 줄 것이 아니라면 무관으로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나을 때가 있습니다.”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시상식은 누군가의 입장이나, 입김을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 기준에 입각해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시상식이 진행된다면 저 역시 매년 통과의례처럼 받는 질문에 답할 일도 없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젊은 배우들의 출석을 유도하기 위해 10여 명에게 무더기로 남발하는 SBS ‘연기대상’의 ‘뉴스타상’과 2014년부터 시청자들의 투표로 대상 수상자를 뽑는 MBC ‘연기대상’의 인기투표가 올해는 달라지길 기대해봅니다.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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