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유니더스·쓰리세븐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 매각해

美·佛·獨 등은 폐지 추세지만
한국은 최고세율 50% 부과에
최대주주는 30% 할증돼 65%

정부,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내년 1월부터 권역별 설명회


콘돔 생산 세계 1위 업체인 유니더스와 손톱깎이 세계 1위 쓰리세븐이 상속세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최근 경영권을 매각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전국 권역별로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와 가업승계 지원제도 설명회에 일제히 나선다. ‘히든 챔피언’(숨은 강소기업)이 탄생하기 힘든 현실과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정부정책의 ‘엇박자’를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높은 상속세는 작은 기업을 창업해 일궈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치 ‘기업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소리처럼 무섭게 들린다”면서 “기술 중소기업의 맥이 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조세정의만 외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고 세율 50%에다 최대 주주는 30%가 할증돼 무려 65%를 내야 한다. 미국·프랑스·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도 내년 세제개정에서 중소기업 승계 시 비상장 주식 전체에 대해 상속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영세한 사업장이 많은 기업구조를 바꾸기보다 당장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정부 정책도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은 그리스와 함께 OECD 국가 중에서 25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비중이 가장 낮은 국가다. 2014년의 OECD 국가 기업규모별 고용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25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고용 비중은 12.8%에 불과하고, 9인 이하 영세사업장의 고용 비중은 43.4%에 이른다. 하지만 250인 이상 고용을 창출하는 우리나라 제조업 대기업의 평균 고용 인원은 미국, 일본, 브라질에 이어 네 번째, 실질임금은 벨기에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기업 자산 집중도가 높으면 국민소득도 높아진다”면서 “정부가 할 일은 월급을 많이 주는 직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용을 늘리는 기업을 우선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속세에 이어 법인세 인상, 역대 최대 인상률의 최저임금 등 한국경제의 경쟁력과 경제자유도를 끌어내리는 일련의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사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 진작을 위한 ‘규제철폐’라는 용어는 현 정부 들어 자취를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개혁 정책이 실종된 것은 먼저 청와대 조직에서부터 확인된다. ‘국정과제비서관실’처럼 이전 정부에서 규제개혁을 이끌었던 조직은 사라졌다. ‘규제관계장관회의’도 사라졌다. 각 부처에서도 철폐해야 할 기업·산업 규제가 넘쳐나고 있지만 우선순위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일자리위원회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이는 규제철폐를 통해 기업 투자가 늘고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와 관련해 “경제민주화 같은 상위의 이념적·정치적 가치관이 규제개혁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승배·박정민기자 bsb@munhwa.com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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