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 강행
당사자들은 열람 동의 거부
일선 법관들 “비밀침해죄 소지”
야당, 대법원장 형사고발 검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의혹 문건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법원행정처 PC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법원 내부에서 형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추가조사위는 법원내부망(코트넷)을 통해 “법원행정처 PC에 저장된 사법행정과 관련해 작성된 문서의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가조사위 조사 대상은 임종헌(58)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규진(55)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전·현직 심의관 2명이 사용했던 컴퓨터 4대의 저장 매체다. 당사자들은 조사 열람에 동의하지 않았다.

추가조사위는 법원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비밀침해 논란 등을 의식한 듯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이메일 등 개인 파일은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조사 내용을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PC 사용자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형법 316조(비밀침해죄)에 따르면 잠금장치가 돼 있는 저장매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데, 전문가들은 열람만으로도 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쓰는 보고서의 경우 개인적인 의견을 담는 초안도 많아 업무 파일과 구분하기 힘든데, 추가조사위가 현실적인 상황을 조사에 담을지 의문”이라며 “추가조사위는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해당 의혹만 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밀침해죄에 따르면 그와 관계없이 열람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조사위 조사에 앞서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이숙연 부산고법 판사는 코트넷을 통해 당사자 동의 없는 강제조사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등 조사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원 일각에서는 추가조사위가 다양한 판사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조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PC 조사의 위법 논란은 법원을 넘어 정치권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자유한국당 측은 법원행정처 PC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이 조사가 이뤄질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원들을 형사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정치권까지 가세할 경우 김 대법원장 체제가 초반부터 암초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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